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한 매장에서 점원과 고객이 몰래카메라를 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쉬워도 너무 쉬웠다. 파는 사람·사는 사람 모두 거리낌이 없었다. 19일 찾은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용산구 용산전자상가. 몰카나 초소형 카메라 판매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구매는 더 쉽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주인에게 "카메라…작은거…" 딱 이 두마디만 건네면 된다. 가게 직원들은 "불법이 아니다"라는 점을 내세우며 친절한 설명과 함께 몰카 판매에 열을 올렸다. 몰카 탐지기도 같이 파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됐다.
안경·볼펜형 몰카는 구식. 이젠 USB(이동형 저장장치)·라이터·자동차스마트키·카드형이 대세라고 판매점 직원들이 귀띔했다. 스마트키의 경우 여러개 열쇠를 같이 달면 의심을 피할 수 있고 USB·카드형은 소형인 데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라 의심을 사지 않는다는 것.
용산전자상가 카메라 판매업자 B씨는 "우린 물건을 판매할 뿐 어디에 쓸지는 고객 판단"이라며 "최근 주문형 몰카도 늘고 있는데 직접 몰카를 만들기 위해 부품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스마트키형 몰래카메라(왼쪽)와 USB(이동형 저장장치)형 몰카. /사진=머니투데이DB
모자형 몰래카메라 안내 책자.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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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몰카는 일반적으로 모자 중앙에 위치한 로고에 렌즈를 설치한다. 카메라 판매업자 C씨는 "머리 크기를 감안해 제작, 30분 정도 걸린다"며 "본인이 평소 쓰던 모자로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파이로 연결하는 무선 몰카도 있다. 이 경우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몰카 해상도는 HD급(1280x720)으로 대략 4~6시간 녹화할 수 있다. 해상도를 낮출 경우 12시간 이상 녹화가 가능하다. 부족한 전력은 스마트폰 예비 배터리로 메운다.
다수의 매장에서 안경·볼펜형 몰카를 '비추'했다. 안경형 몰카는 (안경) 다리 부분이 일반 안경에 비해 두꺼워 이질감을 주고 안경테에 부착된 렌즈가 빛에 반사될 경우 바로 확인 가능하다는 '친절한' 조언을 덧붙였다.
볼펜의 경우 렌즈가 돌출돼 1m 내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몰카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게 업자들 설명이다. 몰카 가격은 △USB형 5만~10만원 △단추형 10만원 △라이터형 13만원 △자동차스마트키형 20만원 대 △카드형 30만원 대 △모자형 30만원 대 등 다양했다.
현재 몰카 판매에 대한 규제는 없다. 몰카 이전에 다양한 목적의 초소형 카메라로 이용돼 규제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규제가 없으니 판매 단속 역시 불가능하다.
손쉬운 구매와 달리 몰카로 인한 피해는 점차 심각해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연시큐리티 관계자는 "조깅화에 몰카를 설치하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치마 속 몰카를 찍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모텔을 대실해 몰카 설치 후 일주일 뒤 몰카를 수거하는 경우도 있다"며 "몰카 영상이 각종 사이트에 무분별하게 업로드돼 엄청난 피해를 유발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초소형 몰래카메라들/사진=서연시큐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