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저자 조은수씨는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의 북극권 횡단 프로젝트인 '피엘라벤 폴라'에 한국 대표로 선발, 지난 4일부터 4일간 북극권 툰드라지역 330㎞를 썰매개와 함께 달렸다. /사진제공=조은수
조은수씨가 썰매개 6마리와 설원을 달리는 모습. /사진=Nicklas Blom Photography
4년 전, 삶의 이유를 도무지 찾기 어려웠을 때 편도티켓 한 장 달랑 들고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났다. 6개국에서 10개월여를 방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살고 싶다'는 동력을 찾았다.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저자 조은수씨 이야기다.
4일간의 횡단이 남긴 것은 얼어서 갈라지고 피가 난 손가락이다. 지문도 다 닳아서 반질반질해졌다.
가장 경이로웠던 순간은 눈이 많이 내린 뒤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보이는 '화이트아웃'을 경험했을 때였다.
"그 순간엔 어떤 거리감도 느낄 수 없어요. 땅과 하늘을 구분할 수도 없고 사방이 그저 하얀색인 거죠. 시공간이 뒤틀린 곳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하얀 백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도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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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수씨는 "아무것도 없이 무섭도록 하얀 적막 속에 있노라면 대자연에 압도돼 숙연해진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풍경"이라고 전했다. /사진제공=조은수
'여행'보다 '방랑'에 가까웠던 아프리카에서의 10개월은 그에게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 시간이다. 고등학교 3학년, 암에 걸린 오빠의 죽음은 그를 뒤흔들었다.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이 그의 삶을 잿빛으로 물들였다. 조씨는 당시 자신의 삶을 '길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조각'에 빗댔다. '녹아 없어질 운명'이라는 것. 자신이 누군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지만 진짜로 죽고 싶은 용기도 없었던 때 아프리카 방랑이 시작됐다.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먼 땅으로 떠난 일종의 도피였다.
순탄치 않았다. 아니 순탄할 리가 없었다. 아프리카는 마른 체구, 동양에서 홀로 날아온 낯선 여자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 여행지 수단에서는 졸지에 학원 영어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그만뒀다. 에티오피아에선 벌레에 사정없이 물려 괴사 위기를 겪었고, 사기를 당하는 건 일상이었다.
조씨는 4년 전 떠난 아프리카 여행에서 비로소 삶의 동력을 찾았다. 이후 그의 여행은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조은수
"여행의 의미요? 글쎄요. 그냥 어쩌다 한 번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으니까요. 어제는 한국인이었지만 오늘은 수단인, 케냐인 혹은 스웨덴인이랄까요. 어딘가로 떠날 때 제가 살아있음을 느껴요. 당분간은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걸 계속 하다 보면 또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