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검찰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에게 1010억원대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와 592억원대 뇌물수수 및 뇌물요구 혐의를 적용했다. 이 두가지 범죄 혐의 중에는 겹치는 부분이 상당부분 존재한다.
이는 이미 최순실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 논란이 돼 왔다. 최씨나 이 부회장 측에서는 직권남용·강요와 뇌물죄가 동시에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권남용·강요범죄의 피해자인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의 피의자가 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금품을 받아냈는지, 아니면 상대방이 부정한 청탁을 하고 대가성이 있는 금품을 자발적으로 준 것인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은 결국 두가지 혐의가 한꺼번에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이 기업 회장을 압박해 금품을 받아 내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도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이 관계자는 "특검이 이미 별개의 행위로 판단을 했는데 이를 빼거나 하게 되면 절차적인 문제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일단 별개의 범죄로 기소해서 법원에서 판단을 받아봐야 할 문제로 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도 "공무원이 겁을 주는 등 공갈(협박)을 통해 피해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우 뇌물죄가 인정되는 판례도 있고 법리상 문제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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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최씨 등에 대한 재판은 공소장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돈을 두고 직권남용·강요혐의에 대한 재판과 뇌물혐의에 대한 재판이 각각 열리는 셈이다.
관련자들 법정에서는 이를 두고 상당한 격론이 오갈 전망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90억원의 뇌물죄가 직권남용·강요죄와 연결돼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첨예하게 다툴 가능성이 크다.
강요나 직권남용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의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범죄혐의가 한꺼번에 적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 특수본은 이날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검찰과 특검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로 기소한 인물은 총 42명에 달한다. 이번 사건을 폭로한 고영태씨에 대해서는 특수본이 아닌 검찰 형사부가 수사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