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OLED인데…LG디스플레이 둘러싼 우려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7.04.10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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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애플 OLED 7000만장 공급에 LG디스플레이 패널 매출 25% 타격 전망도

편집자주 [종목대해부]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시장은 OLED인데…LG디스플레이 둘러싼 우려들


글로벌 1위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LG디스플레이 (10,550원 ▲170 +1.64%)는 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 실현이 확실시된다. 현재 PBR(주가순자산비율)는 0.82배에 불과해 역사적 저평가 상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이견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지난 1년간 주가가 2만3000원대에서 3만3000원의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가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전환하는 산업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 (10,550원 ▲170 +1.64%)는 아직 LCD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말 일본 샤프가 돌연 공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LCD 패널 공급부족 상황이 전개됐고 이로 인해 현재 대형 LCD 패널 가격은 좋은 편이다.

때문에 당분간 실적은 좋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미래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하반기부터는 LCD 대신 OLED 수요가 폭증하면서 업계의 OLED 설비 투자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형 LCD부문 선두업체였던 LG디스플레이가 OLED시장에서도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사실상 올해 하반기 OLED 양산 상황에 달렸다.

◇"2분기 LCD 업황 정점 지나" vs "3분기까지 영업익 증가세"=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90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8000억원 후반~9000억원 초반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선 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할 수 있는 원동력은 55인치 이상 대형 패널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LCD 수급상황이 LG디스플레이에 긍정적인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패널 수요 및 가격 안정세가 지속돼 전년 대비 이익은 크게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시장 우려와 달리 중국 8세대 신규라인(BOE·HKC·INX) 생산 수율이 기존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3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대형 TV 패널의 공급부족 해소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수급공백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 가능성을 언급하며 "가격이 유지만 돼도 좋은 상황인데 46인치 이상 대형 패널 제품가격이 매월 소폭씩 오르면서 혼합평균판매단가(Blended ASP)가 꾸준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LCD 패널 공급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 강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마다 시각은 다소 다르지만 현재 추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투자증권의 유 연구원은 "LCD 패널 업황은 현재 정점을 지나는 과정으로 점차 약해질 전망"이라며 "PC 및 LCD TV 수요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2분기부터는 패널 수요가 점차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의 김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분기 영업이익 증가세가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그 이후에 대해서는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OLED인데…LG디스플레이 둘러싼 우려들
◇분기 사상 최대 이익 전망에도 기관은 매도…왜?=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파는 기관투자자들이 잇따르는 이유다.

올 들어 이달 7일까지 개인과 외국인은 LG디스플레이를 각각 797만4077주, 324만5221주 순매수했으나 국내 기관투자자는 1136만1105주를 순매도하며 물량을 줄였다.

주력인 LCD부문의 성장성이 꺾이기 시작하면 현재와 같은 수익 개선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후발 주자인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들여다볼 대목이다. LCD부문에선 BOE·차이나스타·CEC판다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국내 디스플레이업체 점유율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을 의식한 주요 디스플레이업체들은 OLED 패널부문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아이폰 등으로 확대되는 중소형 OLED패널시장이 주목받고 있으나 LG디스플레이는 아직 대량 양산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밸류에이션 확장을 위해선 6세대 플렉서블 OLED 양산, 대형 OLED 수익성 개선이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 신형 모델에 중소형 OELD를 당분간 독점 공급하기로 한 것 역시 LG디스플레이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시장에서 96%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에 올해 아이폰 7000만대 제작에 사용할 OLED 패널 7000만장을 주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를 반영하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모바일 패널 매출액 및 출하량이 전년 대비 약 25% 수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중소형 OLED 양산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향후 프리미엄 스마트폰향 시장에서 배제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늦어도 2018년까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는 플렉서블 OLED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LG디스플레이가 OLED부문의 역량을 언제쯤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인 E5, E6의 양산 상황을 점검하면서 투자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 가동 예정인 6세대 플렉서블 라인(E5)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아이폰향 매출 감소로 인한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그간 OLED 투자를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불확실성 해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애플의 모든 품목에 OLED만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LG디스플레이도 시기가 늦긴 했으나 중소형 OELD 생산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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