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유커 이탈' 제주도 VS '가격 경쟁력' 동남아시아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4.05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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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여행지 딜레마…동남아시아 43.8% 선호, 제주도 소폭 상승엔 "봄 시즌 자연 증가세"

유채꽃이 핀 제주 산방산 풍경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유채꽃이 핀 제주 산방산 풍경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30대 직장인 A씨는 4월 말부터 5월 초 '황금연휴' 기간에 어느 곳으로 휴가를 떠날지 고민 중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어 한적해졌다는 기사를 보고 제주도를 방문할까 했지만 렌트카와 숙박비용 등을 감안하면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동남아시아도 20~40만 원이면 다녀올 수 있더라"며 "기왕이면 해외를 다녀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냐 동남아시아냐. 황금연휴 선택 관광에서 ‘국제 관광지’로 인식된 제주도가 동남아시아 지역과 새로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단골손님이었던 유커(중국 단체관광객)의 대거 이탈로 국내 모객에 집중하는 제주도가 황금연휴 기간을 계기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그간 유커를 위한 관광 정책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주도 관광은 해외여행에 버금가는 곳으로 인식돼 왔다. 유커 방문이 집중 이어지면서 제주도 내 물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중국인들이 없어 조용하다”는 소식에 제주도 여행객이 소폭 늘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에 대한 부담이 커 동남아시아로 유턴하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는 게 제주도의 딜레마다.



이번 황금연휴 기간 동남아시아에 대한 선호도는 압도적이다. 하나투어가 29일부터 5월 7일까지 해외여행수요를 분석한 결과 '동남아시아'가 43.8%였다. 일본(18.6%)과 중국(12.7%), 유럽(11.7%)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방한 금지 조치 이후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인터파크투어 측은 "지난달 10일부터 31일까지 제주도행 국내 항공권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 관계자는 "주말은 이미 예약률이 90%를 넘었고 평일도 전년 대비 15% 정도 예약률이 높은 상태"라며 "4월 말~5월 초 황금연휴 기간에는 이미 만실인 날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짝’ 증가세에 안심하기는 이르단 지적도 있다. 웹투어 측은 "유채꽃 시즌 등이 겹쳐 전반적으로 봄 여행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라며 "중국인 방문객이 줄었기 때문에 한국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고 당장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제주도는 국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대책을 부랴부랴 내놨다. 4월 한 달 동안 축제를 이어가는 '봄향기 4월 제주로 옵서예' 축제가 대표적이다. 제주왕벚꽃축제, 제주유채꽃축제, 우도소라축제,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가 이어지고 28개 공영관광지가 무료입장을 실시한다. 숙박시설, 기념품점, 골프장, 관광식당 등은 최대 65%까지 할인하며 국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단순히 할인 행사를 넘어 실제 국내 관광객이 느끼는 불편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버스 활성화가 잘 안 돼 있고 (여행을 다니려면) 차를 렌트해야 한다. 교통이 불편해서 개별 관광객들이 다니기 어렵다는 부분은 지적돼왔다"며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내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숲길 걷기, 감귤 따기 체험, 생태 테마 파티 등 '제주형 마을' 특화 체험형 관광상품을 확대, 보급할 것"이라며 "국내 주요 도시에서 홍보도 늘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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