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기다리다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 2017.04.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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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비밀’ 김태형(시인)

편집자주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기다리다


저 세월은 ‘가죽나무 뒤에서 이상한 벌레들이 떨어’지기를 얼마나 반복한 것일까. 얼마나 기다리면 기다린다는 의미조차 잊게 되는 것인가 말이다. 하기야 우리 사는 일이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인가 기다린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고 그렇게 하루하루 기다리며 산다. 살며 기다린다. 다만 그 기다림이 무엇인지는 당신이나 나만 아는 삶일 터이다.

붉은 칠이 벗겨진 숫자와 감 꼭지처럼 떨어져 나간 자음과 모음의 한 귀퉁이가 오래된 세월을 말해준다. 저 작은 입구로 사랑의 편지가 오기도 했을 것이며 이별의 소식이 들기도 했을 터, 혹한 추위를 견디고 오는 게 여름이 아니라 봄이듯, 기다림은 빈 곳에 드는 것이며 다시 시작하기 위한 것이다. 오래된 미래거나 미래의 오늘이거나 내게 당신이라는 비밀을 기다리듯이.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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