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박 '사다리'에 2000만원 빚진 고교생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7.03.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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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덮친 사이버 도박, 스마트폰으로 접근성↑…단속 어려워, 예방교육 절실

온라인 도박 '사다리'에 2000만원 빚진 고교생


서울에 사는 고등학생 A군은 빚 2000만원을 감당하지 못해 가출했다. 일명 ‘사다리게임’ 등 온라인 도박에 빠져 한 푼, 두 푼 빌리다 벌어진 일이다. 뒤늦게 사실을 안 어머니가 돈을 갚아주겠다고 설득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중독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A군처럼 온라인 도박에 빠진 청소년 수가 매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거자 수는 물론 중독상담 건수도 늘었다. 도박 자금으로 사채를 쓴 사례도 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예방 활동은 부족하다. 경찰 단속도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온라인도박 10대 피의자 347명…스마트폰으로 쉽게 빠져

경찰청 ‘사이버 도박 연령대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온라인 도박 발생 건수가 총 9538건으로 관련 10대 피의자는 347명(2.4%)에 이른다. 이는 2014년 110명, 2015년 133명보다 대폭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이 진행된 영향도 있지만 실제 온라인 도박에 빠진 청소년 수가 증가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올해 1, 2월 사이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10대 피의자는 18명이다.



경찰 단속에 걸리지 않은 수도 상당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19세 미만 도박 중독 상담자 수는 지난해에만 181명으로 전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온라인 도박으로 상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센터 관계자는 “공식 집계된 수는 범죄에 연루되는 등 중증 사례들이고 일선 현장에서는 더 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 중독문제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청소년들이 하는 온라인도박은 ‘사다리게임’이다. 홀수와 짝수를 맞추는 단순한 방식으로 참여가 쉽고 5분 만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루에 288번을 도전할 수 있는데 판돈은 수백만원까지 올라간다. 스마트폰으로 성인인증 없이도 돈만 입금하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도박자금을 마련하려다 폭행, 사기 등 다른 범죄까지 벌인다는 점이다. 주변 또래들을 때려 돈을 뜯어내거나 심지어 인터넷에서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속여 사기를 친 사건까지 발생했다.

◇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차단해도 또 생겨…청소년만 단속 어려워”

청소년 온라인 도박 문제가 심각해진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접근성도 좋아졌다.

이정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서울남부) 치유과장은 “건강한 놀이 문화가 없고 스트레스 해소법을 잘 모르는 것도 청소년 도박 중독의 요인”이라며 “돈과 노동에 대한 가치관이 건강하게 형성되지 못해 한번 도박에 빠지면 그 폐해가 크고 벗어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심각해지는데 단속은 제자리 걸음이다. 불법 도박사이트들은 대표적 음란사이트 ‘소라넷’처럼 핵심 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다. 사이트를 차단해도 다른 주소로 옮겨 ‘재개장’하기 때문에 완전 차단이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운영자를 검거하려면 무작정 사이트를 차단할 수도 없고 차단해도 다른 이름으로 다시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만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도박이 아니라 일반 불법도박을 청소년이 이용하는 식이라 ‘청소년 온라인 도박’을 유형화해 단속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흡한 예방교육도 문제다. 중독은 한 번 빠지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청소년 도박 중독 역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장은 “교육 현장에 교사나 부모들이 친구끼리 돈을 빌리거나 돈내기를 하는 행동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경향도 있다”며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예방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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