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도 무너졌다"…이디야→빽다방→그 다음은?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7.03.2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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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에 저가 커피전문점 끝없는 가격 경쟁…'커피만' '갤러리 카페900' 등 900원 아메리카노 등장

저가형 커피전문점 '커피만' '갤러리 카페 900' 매장 전경.저가형 커피전문점 '커피만' '갤러리 카페 900' 매장 전경.


대학생 윤지수씨(21)는 최근 학교 앞에 새로 생긴 커피전문점을 자주 찾는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900원. 유명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면 친구들 3~4명에게 음료수를 '쏘는' 인심도 쓸 수 있다. 윤씨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용돈이 부족해 주로 캔커피나 인스턴트 커피를 마셨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커피 맛은 살리고 가격 거품은 쏙 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생겨 반갑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저가 커피전문점 3.0' 시대가 열렸다. '이디야'와 '빽다방'이 이끌던 국내 저가 커피전문점 시장에 편의점이 가세하면서 최근 1000원 이하 메뉴로 무장한 초저가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00원도 무너졌다"…저가 커피 3.0 시대=저가 커피전문점 1세대는 이디야다. 밥값 못지 않게 비싼 커피전문점들 사이에서 2000원대 아메리카노 가격을 유지하며 합리적인 커피전문점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1000원도 무너졌다"…이디야→빽다방→그 다음은?
하지만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본격화한 것은 2015년 빽다방이 주목받으면서부터다. 빽다방은 2006년 브랜드 론칭을 했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소비시장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2년 전부터 매장이 늘기 시작했다. 빽다방의 인기에 1000원대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저가 커피전문점 시장이 급증했다.



최근엔 커피전문점 가격 저항선인 1000원이 붕괴된 모델까지 등장했다. 2000원대 후반에서 1000원대 중반으로 이어진 저가 커피전문점 계보가 1000원대 미만까지 확장한 것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만'은 아메리카노를 900원에 판매한다. 콜드브루, 카페라떼, 카페모카 등도 1500~2200원으로 다른 메뉴도 저렴한 편이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무인주문·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점이 눈길을 끈다. '갤러리 카페900'은 특정 시간(오전 7시~오후 6시)에 아메리카노를 900원에 판매한다. 아메리카노 외에 다른 커피와 차, 주스는 3000~4000원 수준이다.

◇"가격경쟁 한계있다…수익률 꼼꼼히 따져봐야"=최근 등장한 저가 커피전문점은 대부분 대학가나 지방에 매장이 집중됐다. 제품 단가가 낮은 만큼 임대료가 낮은 지역, 싼 제품을 찾는 수요가 몰리는 상권을 공략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기존 저가 커피전문점보다 싼값에 커피를 판매하는 편의점과 경쟁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가맹비·인테리어비 등 초기 투자비용(매장 임대료 제외)이 1억원 미만으로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 등은 저가 커피전문점의 순기능으로 꼽힌다.

하지만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가격경쟁만으로는 생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창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태유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입장벽이 낮은 저가 커피전문점은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창업은 쉽지만 운영과정이나 장기간 기대수익을 유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약하기 전 지역별·기간별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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