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대 총장후보' 임용거부 이유 들어보니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7.03.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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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활동 적극적"…인사위, 경북대·순천대·방송대·전주교대 후보 '부적합'

교육부 전경. /사진=뉴스1교육부 전경. /사진=뉴스1


이른바 '교육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 인사위원회가 국립대 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후보 5명을 사회·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탈락시켰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 인사위원회(인사위) 회의록 주요 내용'을 열람한 바에 따르면 인사위는 순천대가 지난 2015년 총장 1순위로 추천한 정모 교수의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인사위는 정 교수가 대학 내부 문제나 발전 방안보다 사회·정치 활동에 적극적인 성향을 문제삼았다. 결국 순천대는 2순위인 박모 교수가 임명됐다. 정 교수는 지난해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인사위는 교육부 차관(위원장)과 실·국장, 외부 위원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국립대 총장은 인사위가 1명의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전주교대는 1, 2위 후보 모두 교육부가 추진한 총장간선제에 반대하다가 총장 임용을 거부당했다. 인사위는 추천 1위인 이모 교수와 2위인 김모 교수 모두 "간선제 학칙무효 확인 소송 제기 등으로 학내 갈등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3년 전주교대 일부 교수들은 당시 총장에게 간선제 반대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전주교대는 2015년 2월 말부터 총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는 2순위 후보의 성향까지 문제가 됐다. 인사위는 1순위 후보 류모 교수에 대해 "인터뷰 기사에 일부 과장이 있었다"는 점 등을 문제삼았고, 2순위 후보인 김모 교수에 대해서도 "교육·연구보다 정치·사회활동 참여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1, 2순위 후보 모두 '임용제청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방송대는 2014년 9월 이후 쭉 총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대와 순천대는 각각 1순위로 추천된 김모 경북대 교수와 정모 순천대 교수에 대해 "대학 내부 문제나 발전 방안보다 사회·정치 활동에 적극적인 성향"이라며 임용 제청을 거부당했다. 이후 경북대는 2년1개월 동안 총장 자리를 비워뒀고 지난해 10월 말 새 총장을 임명했다.

김병욱 의원은 "민주사회에서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사에서 배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들 인사에 청와대나 특정인의 개입 여부는 물론 회의록 공개를 통해 '교육계 블랙리스트'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사위에서는 총장 후보자의 공약부터 도덕적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정치적 성향 때문에 총장 임용을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가 총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39개 국·공립대 가운데 이달 기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는 공주대와 광주교대, 전주교대, 한국방송대 4곳이다. 경상대와 충남대, 한국해양대에서도 2순위 후보가 총장이 되면서 정부의 인사 개입 논란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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