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벌어지는 韓日 경제력 격차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2017.03.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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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硏 "日 '잃어버린 20년' 동안 양국 격차 축소됐지만 韓 성장률 저하로 다시 커질 가능성"

한일 세계 GDP 대비 비중 추이 및 1인당 GDP 추이/자료=현대경제연구원한일 세계 GDP 대비 비중 추이 및 1인당 GDP 추이/자료=현대경제연구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동안 한일 양국의 경제력 격차가 점차 줄어들었지만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일본을 따라 둔화되고 있는 데다 여전히 기술 경쟁력은 일본에 뒤처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발표한 '한국경제, 얼마나 일본을 따라 잡았나' 보고서에서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 이후 한일 양국의 경제력 격차는 축소돼 왔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 중 한국의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0.6%에서 지난해 1.9%까지 상승세를 이어왔다.



반면 일본은 1980년 9.8%에서 1994년 17.5%까지 늘며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전환, 지난해에는 6.3%까지 주저앉았다.

양국 간 1인당 GDP 격차도 1995년 3만196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9671달러 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

그러나 좁혀졌던 양국 간 격차가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실질GDP와 잠재GDP 간 차이를 나타내는 GDP 갭률이 지난해 -1.45%로 나타나는 등 최근 6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GDP 갭률은 불황으로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GDP 갭률이 2007년(0.78%) 한 해를 제외하고 1998년(-1.25%)부터 2016년(-1.50%)까지 18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의 GDP 갭률이 하락함에 따라 지난해 한일 양국의 GDP갭률 차이는 0.05%포인트로 줄었다.

한국의 성장세 둔화 속도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양국 간 격차는 더 이상 좁혀지지 않고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보고서는 한국의 리스크 대응 능력이나 산업·기술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한국이 38.9%로 250.4%로 추정되는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낮다.

하지만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711억달러로 일본(1조2168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부 규모도 2015년 기준 10조9000억달러로 일본(27조2000억달러)의 40.2% 수준에 불과하다.

외환보유액과 국부 규모는 리스크 발생시 대응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리스크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셈이다.

특히 산업·기술 경쟁력의 경우 양국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총 매출액 중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부가가치율의 경우 한국은 2000년 45.1%에서 2014년 40.2%로 4.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53.6%에서 51.8%로 1.8%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그 결과 양국의 부가가치율 격차는 2000년 8.5%에서 2014년 11.6%로 오히려 확대됐다.

양국 간 과학·기술 경쟁력도 여전히 격차가 큰 상황이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과학경쟁력 순위는 2009년 3위까지 상승하며 2위 일본을 추격했으나 하락세로 전환, 지난해 8위까지 하락했다. 반면 일본은 줄곧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경쟁력의 경우 한국은 2004년 8위로 일본을 역전, 2005년에는 2위까지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다시 일본과 축소되며 지난해에는 15위를 기록, 10위를 기록한 일본에 재역전 당했다.

전자·정보·통신, 의료, 에너지 등 10대 국가전략기술 수준도 한국은 일본에 2.8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공·우주, 재난·재해·안전 부문은 4년 이상 격차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한국의 빠른 일본 추격의 이면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최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크게 약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 간 격차 재확대는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 제고가 시급하다"며 "실현 가능한 한국형 성장전략의 추진을 통해 국내 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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