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구속영장' 두고 檢 닷새째 고심…이르면 내일 결정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7.03.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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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본 주말도 반납…"아직 정해진 것 없다" 조심스러운 입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이 주말도 반납한 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지 여부를 검토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이르면 오는 27~28일쯤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신중을 기하고 있다.

26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주말 이틀 간 수사팀 대부분이 출근해 박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과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이후 닷새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법리 검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에서 433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며 박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입건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신 이 부회장이 최씨를 지원하기로 '거래'를 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433억원대 뇌물죄는 이론상으로 법정형이 최대 무기징역까지 높아질 수 있는 중범죄다. 지난해 1기 특수본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죄보다 처벌이 훨씬 무겁다. 직권남용·강요죄는 각각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검찰이 뇌물죄를 입증한다면 박 전 대통령은 구속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SK·롯데그룹에 관한 수사결과에 따라 뇌물액수는 더 커질 수 있다. SK는 111억원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는데,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과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등 조건을 내걸고 출연금을 요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SK와 함께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도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다. 검찰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신동빈 롯데 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사업권 재승인을 두고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롯데의 출연금도 뇌물액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이같은 거래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1일 소환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관련 사실에 대해 "모르겠다. 지시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불법행위를 요구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등 총수들도 '부정청탁은 없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검찰은 법원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될 경우 조직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안고 있다. 검찰로선 박 전 대통령 등 관련자들이 '발뺌'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증거나 법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수본 측은 기록과 법리 검토가 언제쯤 끝나는지, 영장 청구 여부가 언제 결정되는지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이날까지도 말을 아꼈다. 영장 청구에 대한 수사팀 의견서를 작성 중인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인 내용이라 확인이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검찰의 의중이 새어나갈 경우 불필요하게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결정권자인 김수남 검찰총장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지난 23일 출근길에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검 관계자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지만, 김 총장이 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김 총장이 대선 일정을 감안해 이번 주중으로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28일 바른정당을 시작으로 각 정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고, 다음달 17일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박 전 대통령 수사가 선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김 총장이 여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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