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지난 23일 내놓은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추진방안의 16페이지 '향후 대우조선의 중장기 비전' 첫 번째 줄에 올려놓은 희망 메시지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은 이같은 '희망고문'을 더 이상 쉽게 믿지 않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32,050원 ▼1,150 -3.46%)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정성립 사장은 지난해말 자신이 오랜 네트워크를 쌓은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으로부터 FSRU(부유식 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 1척을 2억달러 규모에 수주했다며 희망가를 불렀다.
대우조선이 정부와 함께 3조원 규모의 추가지원을 바라면서 내놓은 올해 수주 목표는 55억달러에 달하고 내년엔 규모가 75억달러로 더 크다. 경쟁사 삼성중공업이 15억달러를 올해 이미 수주한 상태로 올해 말까지 목표가 65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터무니없는 목표라는 평이다.
세계 1위 조선업그룹인 현대중공업의 올해 목표가 자회사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통틀어 100억달러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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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망을 지난해와 비슷한 정도로 예상한다. 조선업 발주는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가가 올라야 선주사들이 물동량 증가를 예상하고 운반선이나 시추 관계 조선업 설비를 주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초 배럴당 60달러대까지 오르던 유가는 다시 고개를 숙여 5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을 본격화하고 수출까지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중동의 유가 조정 헤게모니가 힘을 잃었다.
정부는 이번에 대우조선 추가지원안을 발표하며 회사 측의 자료를 배척할 수 있도록 삼정KPMG와 법무법인 태평양에 의뢰해 실제 올해 수주 가능한 목표량을 55억달러에서 절반 이하로 낮춘 20억달러로 조정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정부와 사회로부터 혈세낭비란 지적을 받은 대우조선이 20억달러의 수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사 측은 “이달초 노르웨이 존 프레드릭센으로부터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척(추가 옵션 2척)과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약 1조원에 수주해 이미 절반가량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발표 역시 추가 옵션 등을 감안한 수치로 이번 정부 지원안을 이끌기 위해 무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얻는다.
더불어 내년 경기전망이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방침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정KPMG와 태평양의 내년 대우조선해양 수주 예상이 54억달러로 올해의 2배 이상으로 예측된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을 얻는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내년엔 2015년의 저조했던 수주량이 3년 후 일감부족으로 반영돼 조선 3사의 도크(배를 건조하는 가두리)가 상당량 비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지난해와 올해 조선 3사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수주를 한 고통이 내년에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