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초밥 재료로 朴 변호하는 변호인단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7.03.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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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로 출석한 역사적인 날, 점심메뉴가 화제에 올랐다. 김밥이라던 메뉴는 시간이 흐르면서 초밥, 유부초밥으로 확대되더니 결국 김밥·유부초밥·샌드위치가 포함된 도시락으로 귀결됐다.

이 와중에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도시락에 초밥은 유부초밥을 의미함. 생선초밥이 아님"이라는 내용으로 급하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굳이 '생선'이 아니라 '유부'초밥이라고 해명까지 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점심식사가 '고급' 메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생선초밥'이 주는 어감에서 '귀족'냄새까지 맡는 국민은 없다. 그럼에도 변호인단은 점심메뉴를 보는 여론의 시선에 무척 신경쓰는 눈치였다.



여기에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변론과정에서의 특이점과의 연관성이 엿보인다. 탄핵심판 재판정에서 김평우 변호사 등은 유난히 중계 카메라와 방청객을 의식한 듯한 제스처로 일관했다. 변론 내용 자체도 법률위반 혐의내용이나 헌법위배 혐의에 대한 법리적 반박 보다는 대통령의 불우한 과거사를 언급하며 동정론을 내세운 부분이 비중이 컸다. 여론에 호소하면서 지연작전을 하는 듯한 모양새도 계속 관찰됐다. 법전문가들조차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변론은 이해할 수 없다며 '명분 쌓기용' 변론이라고 평했다.

'명분'과 '여론'에 중점을 두는 것은 정치인에겐 당연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생선초밥'이 아니라고 굳이 해명한 것은 정치인 박근혜의 입장에선 자연스러울 수 있다. 다만 국민이 그날 뉴스를 통해 목격하고 듣고 싶었던 건 전 대통령이 점심으로 '생선초밥'이 아니라 '유부초밥'을 먹었다는 소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유부초밥이라고 해서 안도하거나 만족할 국민도 아니다. 궁금했던 것은 아마도 전 대통령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 여부와 탄핵 승복여부였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요 구성원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잘못 판단하고 있다. 한때 '대통령 심기 경호'란 말이 유행했다. 주변 참모가 까다로운 대통령 '심기'까지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변호인단이 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변호'가 아니라 '대통령 심기 변호'일 수도 있다. 그래서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는 엉터리 보고가 설득력 있게 전 대통령 귀엔 들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심기가 불편한 것은 대통령 뿐 만이 아니다. 몇달째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국민 모두가 더 심기가 불편하다.

[기자수첩]초밥 재료로 朴 변호하는 변호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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