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장 출신들이 만든 P2P상품 "연이율 18%"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7.03.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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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전문가 철저한 담보가치 평가, 틈새시장 공략"

신한은행 지점장 출신인 (왼쪽부터) 래더펀딩 정병현 부사장, 박익혁 사장, 안해준 부사장/사진=배규민 신한은행 지점장 출신인 (왼쪽부터) 래더펀딩 정병현 부사장, 박익혁 사장, 안해준 부사장/사진=배규민


“치킨집도 좋지만 전공을 살리고 싶었어요.”

신한은행 지점장 출신 3명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한 사무실에 모였다. ‘래더펀딩’ 박익혁 대표와 안해준 부사장, 정병현 부사장이다. 모두 신한은행 금융센터장·지점장 출신이다. 개인별 은행경력만 30~40년에 달한다. 은행에선 은퇴했지만 막 벤처회사를 설립한 20대처럼 긴장감과 설렘이 느껴졌다.

이들은 은퇴 이후 은행에서의 전문성을 살릴 만한 일이 없을까를 1년 이상 고민하다 부동산금융 전문 P2P(개인간 거래) 플랫폼 회사 ‘래더펀딩’(Ladder funding)을 지난해 8월 설립했다. 은행원 출신이 힘을 합해 P2P상품 판매회사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래더’는 사다리라는 의미로 한 단계 성장, 동반성장의 의미를 담았다. 부동산관련 담보대출 상품뿐 아니라 NPL(부실채권), PF대출(건축자금 대출) 등 부동산을 기초로 한 종류의 상품을 취급한다.
 
지난달 22일 첫 상품인 건축비 P2P대출 상품 1호를 출시해 이틀 만에 마감했다. 경기 파주 야당역 인근 1개동 빌라로 건축비 2억원 모집에 2억4000만원을 모집했다. 연이율 18%며 투자기간은 7개월이다. 매달 이자를 먼저 지급하고 마지막 달에 원금과 이자를 같이 돌려주는 구조다.
 
최근 재테크 수단으로 높은 인기를 끄는 P2P상품은 고수익률을 제시하는 대신 주식과 펀드처럼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연체·상환 지연 등으로 투자원금의 손실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경영진들은 자신감을 보였다. 은행에서 수십 년 해온 일이 PF대출 심사와 리스크 헤지(손실방지)라는 이유에서다.
 
박익혁 래더펀딩 대표는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안전한 사업장인데도 1금융권의 내부 제약으로 대출이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틈새시장을 발굴해 개인과 서민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투자할 상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담보권이 2순위지만 담보가치 평가를 철저히 하고 대출비중이 70%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것이다.
 
부동산투자전문회사인 유니에셋과 제휴해 투자처에 관한 자문도 받는다.
 
래더펀딩은 위험부담을 낮추기 위해 50억원 안팎의 소규모 건축자금 위주로 상품을 구성한다. 투자금액도 공사 진행 상태에 따라 2억원, 4억원씩 나눠서 모집한다. 투자자들의 위험부담을 낮추고 건축주 입장의 이자부담도 낮춰주기 위해서다. 지난 22일엔 ‘래더2호 파주 야당역 빌라2’ 상품을 출시했다. 모집액은 4억원이며 연이율 17%, 만기는 6개월이다.
 
파주 빌라 외에도 서울 내 다세대 사업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 1차 올해 목표 투자금은 200억~300억원이다. 5년 이내 누적액 100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했다. 박 대표는 “미국은 P2P회사가 시가총액 5조원에 달하는 등 상당히 발달했다”며 “우리나라도 저금리 시대에 더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내다봤다.
 
은퇴 이후 ‘쉼’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경영진은 “자금이 절실한 사업자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일반 투자자들을 잘 매치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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