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트코인 해킹·횡령사고…내 돈은 안전할까?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7.04.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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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 예치금을 따로 보관·결제하는 제3의 클리어링 하우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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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가 신청한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상장지수펀드)의 상장 승인을 또다시 거부하며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그런데 눈길을 끈 것은 승인 거부 자체가 아니라 거부 사유였다.

처음부터 전문가들은 승인 가능성을 25% 정도로 낮게 예측했기 때문에 승인 거부 후 비트코인 가격이 18%가량 하락했어도 즉시 회복됐다.



미국 SEC는 승인 거부 사유로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이뤄지는 상당수 거래에 대한 규제가 어렵고 투자자와 대중을 보호하고 사기와 조작행위를 막는 데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것은 아직 비트코인에 대한 상당한 불신이 깔려 있음을 반영한다. 거래소의 해킹·횡령사고와 가상통화의 지나친 가치 변동은 비트코인 거래의 안전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심을 키웠다.



최근 가상통화 거래가 활발해졌지만 해킹·횡령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2014년 2월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Mt.Gox)는 일본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처음에는 거래소 해킹으로 알려졌으나 CEO(최고경영자)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es)가 자신의 현금 계좌를 부정한 방법으로 조작하고 잔액을 100만달러로 부풀려 횡령한 혐의로 체포됐다.

2015년 1월 슬로베니아에 본사를 둔 ‘비트스탬프’(Bitstamp)에서도 해킹사고가 일어나 보유한 비트코인의 12%, 1만8866비트코인을 도난당했다.


지난해에는 홍콩 '비트피넥스'(Bitfinex)에서 해커들이 11만9756비트코인, 약 725억원을 해킹해 예금과 인출 등 모든 거래가 중지된 적이 있다.

또한 올해 1월 국내 거래소에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문자인증 방식이 해킹 당해 한 고객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 논란이 됐다.

이런 투자자의 불안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1월 미국 24개 주에서 인가받은 공인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 익스체인지’(Coinbase Exchange)에서는 고객의 비트코인 중 98%를 오프라인 지갑 형태에 저장해 해킹에 대비했다.

국내 거래소에서도 자체적으로 해킹·횡령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았다. 보안시스템을 마련하고 비트코인을 분산 보관하며 일정 금액 인출 시에는 회계법인의 허가를 받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거래소가 해킹·횡령으로 파산해 문을 닫는 경우 거래자들은 예치금이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다. 민간기업인 가상통화 거래소는 예치금과 비트코인을 같이 보관해 해킹·횡령 등에 취약한 구조다.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에 오랫동안 투자했던 사람들은 거래소 여러 군데에 자금을 분산하거나 하드웨어 지갑이란 개인 USB에 비트코인을 따로 저장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거래소 서버 폭주로 인한 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내 한 거래소에서는 ‘이더리움’ 가상통화의 열풍으로 거래량이 폭주해 일시적으로 서버가 정지되고 입출금이 지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국내 거래소가 영세하다 보니 발생하는 전산처리 문제인 것이다.

급등락시 주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잘못된 주문이 입력되는 경우, 입출금이 지연되는 경우 등에 손해배상책임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4월부터 일본은 개정된 자금결제법을 시행해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공식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비트코인이 상품인지 화폐인지에 대한 정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비트코인이 통화 또는 통화대체물로서 환금성이 주식보다 강한데도 거래소에 대한 적절한 규정이나 규제가 없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정확한 업종이 없어 ‘전자상거래업’으로 등록을 하고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또한 민간기업인 가상통화 거래소가 모든 결제와 자금을 관리하다 보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식시장의 경우에는 증권거래소를 통해 주식거래가 체결되고 일반 증권회사는 이를 중개한다. 또한 주식을 사고판 자금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집중해 관리·보관하고 있다.

따라서 주식거래는 해킹·횡령 등의 사고가 발생해도 개인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낮으며 개인 예치금은 안전하게 보관된다.

가상통화시장이 활성화하려면 거래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를 관리하며 예치금을 따로 보관·결제하는 제3의 클리어링 하우스(Clearing House) 같은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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