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초등학생 동원 '사드 반대'…"학생들 도구 삼아선 안돼"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베이징 특파원 2017.03.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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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홍콩 언론, 초등학생 집회 잇단 보도…해당 학교장은 "학부모들도 나를 지지한다" 밝혀

中 초등학생 동원 '사드 반대'…"학생들 도구 삼아선 안돼"


한국 사드 제재 차원에서 중국이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해 '반한' 집회를 하는 사태에 대해 해외 언론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지나친 행동이라며 자제의 목소리가 들린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드 제재 차원의 중국 내 한국산 불매운동이 초등학생들을 동원해 한국 과자나 한국 음식점을 거부하는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중국 초등학생들이 교사들의 지휘 아래 한국 과자를 입에 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고 있다"며 "수백명의 학생들이 학교 강당에 모여 반한 구호를 외치는 장면도 담겨있다"고 전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반한 구호에는 롯데마트 같은 롯데 계열사들이 집중 타깃인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이들 동영상에는 교사가 롯데 과자를 사먹지 말라고 초등학생들을 선동하는가 하면 학생들이 '롯데 불매, 롯데 과자 불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는 장면도 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도 19일(현지시간) 중국 허베이성 스지싱 초등학교에서 교직원과 초등학생 4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사드 반대 집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자세히 다뤘다. 이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12살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집회에서 한 교사가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중국을 도살장으로 만들 것이다. 사드는 중국에 치명적 위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한국 여행을 가지 말고, 한국 TV 방송도 보지 말자며 롯데가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이에 “할 수 있다”고 3차례 외쳤다. FT에 따르면 이 초등학교 교장은 “애국주의 교육은 당연히 어릴 때부터 해야 한다”며 “학생의 부모들도 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초등학생들을 동원하는 이 같은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외교상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지나친 애국주의를 주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학생들을 증오 전파의 도구로 삼는 것은 정신 나간 행동”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외국어대 치아오무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을 선동하는 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며 “만약 중·한 관계가 개선된다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7월에도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가 불거지며 반미 시위에 초등학생들이 동원되는 사태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산둥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KFC 프랜차이즈 매장 앞에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반미 구호를 외치는 등 특별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인민일보는 "하고 싶은 대로 하거나, 동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공공재산을 훼손하거나, 사회질서를 파괴한다면 애국이 아니고 국익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며 무분별한 애국주의를 경고했다. 당시 신경보도 “KFC 불매 운동은 되레 중국인 점주와 공급상,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 뿐”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 같은 반한 집회와 관련 중국 내 한국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 4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 교육부에 “한국 학생들의 보호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교육부에 초등학생 동원 집회와 관련된 지침을 보낸 적이 있느냐고 문의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는 이날 중국 최대 SNS인 위챗에 ‘Korea 0404’ 계정을 만들고 교민 보호와 안전을 위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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