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 효성 감사위원 반대의 과제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7.03.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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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효성 (59,500원 ▼500 -0.83%) 본사에서 열린 제62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나자 효성 관계자는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주총에선 감사위원 선임안이 표결에 오르지 못하고 부결됐다. 추천한 감사가 수월히 주총 결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믿었던(?)'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었다. 이들이 10여년간 연임한 후보를 다시 선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현행 상법상 주주들은 감사 선임 시에 최대 3% 의결권만 갖는다. 36.97%의 지분을 가진 효성도 감사 선임 의결권은 3%에 불과해 같은 비율로 반대를 표한 국민연금 결정에 그대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 최대주주 마음대로 감사인을 선임하지 못하도록 막은 조치가 효력을 낸 셈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의 사외이사 안건의 부결은 두가지 과제를 안겨줬다. 우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의 범위를 어느 선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주요기업의 1, 2대 주주의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국민연금의 행위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의결권 행사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지나친 경영간섭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범위를 좁힐 경우 역할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균형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우리 상법은 '1주 1의결권주의'를 채택하면서도 감사위원선임에서는 이를 배제하고 있다. 대주주의 경우 최대 3%로 제한한다는 점이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라고 주장하지만, 역으로는 소수 지분으로 대주주를 압박해 이익을 취하려는 헤지펀드 등의 전횡을 막는데는 한계를 가졌다.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선임 제도를 인정한다면, 창업가문의 황금주(1주에 다수의 의결권을 인정하는 제도)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제도든 완벽하게 합리적인 제도는 없다.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기자수첩]국민연금, 효성 감사위원 반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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