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체' 글자를 나타낸 작품 '안상수체로부터'/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이것도 글자라고 디자인했나?"
시각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라퍼 안상수씨는 15일 저녁 '안상수체' 탄생 과정을 이렇게 반추했다. '아래한글' 프로그램에 기본 서체로 등록돼 있어 더 친숙한 '안상수체'는 가장 유명한 한글 글꼴 중 하나다.
시각디자이너 겸 타이포그라퍼 안상수는 5년 전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를 설립, 새로운 디자인 교육을 실험하고 있다. '학교는 올해 초 1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한국 디자인계 대표적인 회사로 자리 잡은 디자인연구소 '안그라픽스'를 설립해 디자이너로 20년,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다시 20년을 살았다. 예순이 되던 2012년, 그는 "교육을 디자인하며 남은 삶을 살겠다"고 '커밍아웃'을 한다. 그리고 경기도 파주의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파티)를 설립, 교장이 된다. 일종의 '디자인 학교'다. 그는 순우리말로 '멋짓(디자인) 배곳(학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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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현재 교육은 스타 화가를 만들어내 돈을 많이 번다든가 대학교수가 된다든가 하는 것만 이야기하고 있죠. '파티'는 삶에 훨씬 더 밀착한 디자이너들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파티'의 배움과정은 여느 미대의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입학하고 첫 프로그램은 배우미(학생)가 생활할 작업 공간과 책상을 스스로 만드는 '내 공간 멋짓기'다. 철학, 미학, 역사, 독서와 글쓰기, 시, 우주론, 경제학 등 다양한 인문교양수업도 이어진다. 2013년 1기가 들어와 올해 초 14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안씨는 "우리 교육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며 머리만 숭상하고 몸을 억압해왔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대한 철학을 고민할 수 있는 '동의학' 수업도 개설했다"며 "배우미들과 스승이 함께 고민하며 배움 과정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미술관 '날개, 파티'전에 옮겨 온 '파티' 아카이브 전경/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파티'는 '건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등을 함께 가르치고 연구한 독일의 디자인학교 '바우하우스'처럼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바우하우스'는 교육기관을 넘어 하나의 디자인 운동으로까지 발전했다.
"'바우하우스'는 많은 평론가들이 하나의 '이념'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지난 100년 간 세계의 예술·문화·디자인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죠. '파티'도 바우하우스처럼 '디자인이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교육적인 실험을 해 나갈 겁니다."
도자기타일에 한글을 표현한 안상수 작품 '도자기 타일'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