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와 경찰들로 골목이 가득 차 있다./ 사진제공=뉴스1
좁은 골목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경찰, 취재진이 뒤엉켜 혼잡했다. '멸공의 횃불' 등 군가가 쩌렁쩌렁 울렸고 '불법탄핵 원천무효'를 외치는 시위대 구호는 갈수록 고성으로 변했다.
사저에는 아직 손볼 곳이 남았는지 사다리와 공사 장비를 든 인부들이 오전 한때 내부로 드나들었다. 정오쯤에는 LPG(액화석유가스) 통이 배달됐다. 인터넷 케이블 설치 기사가 탄 통신사 차량도 사저로 들어갔다. 경호 관계자로 보이는 건장한 성인 남녀는 수시로 안팎을 오갔다.
오전 8시쯤에는 박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소속이던 김평우 변호사가 등장했다. 김 변호사는 사저를 찾아왔다가 '사전에 약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문 불가 안내를 받고 돌아갔다.
발걸음을 돌린 김 변호사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나는 언론을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당신들은 수사하고 재판한다"며 "나는 증인이 되고 싶지 않다. 질문하지 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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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이 경찰 통제선 안쪽으로 걷고 있다. 경찰 통제선은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와 경찰이 자주 충돌하면서 안전을 위해 설치했다./ 사진제공=뉴스1
집회·시위가 연일 이어지자 주민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를 출범한 지지자들은 전날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사저 앞 집회를 신고했다.
주민 임모씨(44·여)는 "하루 종일 틀어대는 군가와 찢어지듯 소리치는 시위대들 괴성에 노이로제가 걸리겠다"고 밝혔다.
바로 옆 삼릉초등학교에 딸 둘을 보내는 박정길씨(40)는 "아이들이 수업시간 교실에서도 집회·시위 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라"며 "소음도 소음이지만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한다. 그게 제일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력 투입으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저 인근 집회·시위 자체를 막지는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저 근처 집회가 학습권을 침해할 정도로 불편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며 "집시법이 집회 자유를 제한하기보다 보장하는데 취지를 둔 만큼 아직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릉초 학부모들은 15일 관할 강남경찰서에 민원을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