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AI의 뉴스 추천, 독일까 약일까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2017.03.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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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네이버 모바일 메인. 'AiRS 추천뉴스'<br>
가 적용돼 있다. /사진=네이버 모바일 캡처네이버 모바일 메인. 'AiRS 추천뉴스'
가 적용돼 있다. /사진=네이버 모바일 캡처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휴대폰을 누른다. 무슨 일이 있나. 맨 위에 올라온 기사를 본다. 큰 관심은 없다. 똑같은 얘기만 하거나 딴 나라 얘기 같다. 의미없는 누르기를 반복한 후, 한 기사에 눈길이 멈춘다. 이 기사를 보기까지 스쳐간 수많은 기사들. '기사 홍수 시대'란 말이 실감난다. 그런데 이젠 내 성향과 비슷한 사람이 읽은 기사를 나에게 추천해준다. 한마디로 내가 좋아하는 뉴스, 보고 싶은 뉴스만 보여준다.

네이버가 지난 2월 모바일 뉴스 추천 서비스 '에어스'(AiRS, AI Recommender System)를 시작했다. 누구나 사고 싶은 물건이 다르듯 보고 싶은 콘텐츠도 다를 것이란 기본 욕구를 파악해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본 기사를 추천해주는 AI 기술 기반 서비스다.



이제 인공지능(AI)은 거창한 것이라기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될 때 더 큰 의미를 갖는 기술이 됐다. 구글과 IBM을 비롯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의 핵심이 될 AI 기술에 사활을 건 지금, 네이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AI 기반 기술과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연결하는 네이버랩스를 세운 데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소를 설립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그곳에 미래가 있다'는 네이버의 확신이 느껴진다.



/사진=픽사베이/사진=픽사베이
하지만 AI에 의한 뉴스 추천도 과연 '미래'라고 확실할 수 있을까. AI 기술로 다양한 뉴스를 더 편리하게 볼 수 있음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보고 싶은 뉴스, 관심있는 뉴스만 보게 돼 현실에 대한 정보까지 차단할 수 있다. 이미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 가짜뉴스뿐만 아니라 필터링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필터버블', 집단극화 등으로 편협한 사고를 하거나 판단력을 잃을 수 있다. 이는 사회와 의사소통하는 통로로서 저널리즘의 본질적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다. 게다가 AI가 뉴스를 추천한다니 '포털이 사실상 뉴스편집권을 행사한다'는 논란을 비껴가기도 딱 좋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뉴스 이용률은 2011년 19.5%에서 지난해 70.9%를 기록, 3배가 훌쩍 넘는 이용률을 보였다. 20~30대가 90%를 넘었으며 40대 86.8%, 50대 67.4%가 모바일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었다. 이는 모바일 뉴스 배치 및 편집에 더욱 신중해야 함을 역설한다.

포털은 항상 언론사가 아닌 IT 기업이라 주장하지만 뉴스의 배치 및 편집을 통해 여론 형성에 주된 역할을 한다. AI를 내세우거나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건전한 공론의 장이 되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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