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전자도 사드 보복…中 '삼성재무공사' 인가 불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베이징 특파원 2017.03.09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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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中 전문은행 '삼성재무공사' 1년6개월 공들였지만 은감위 '불가' 방침…"신청 취소하라" 주문

[단독]삼성전자도 사드 보복…中 '삼성재무공사' 인가 불발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추진했던 전문은행인 ‘삼성재무공사(가칭)’의 설립 인허가를 중국 은행 감독당국이 내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중국 감독당국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재무공사 인허가를 미루다가 지난해 말 삼성투자유한공사(삼성전자 중국 총괄 법인)에 불허를 통보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사드 제재가 당사자인 롯데그룹을 넘어 또 다른 한국 기업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삼성투자유한공사(SCIC)가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 산하 베이징 은행감독국에 신청한 삼성재무공사 설립 인허가가 지난해 말 불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투자유한공사는 2015년 7월 은감위에 삼성재무공사 설립을 신청한 이래 현지 규정에 맞춰 1년 6개월 이상 인허가를 준비해왔다.



삼성재무공사는 중국 특유의 전문은행 제도에 따라 설립할 수 있는 ‘작은 은행’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은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한국과 달리 일반 기업이 전문은행인 재무공사를 만들 수 있다.

삼성재무공사가 설립되면 삼성전자는 중국 내 29개 법인간 자금 운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재무공사가 29개 현지 법인들을 상대로 대출이나 저금 업무를 할 수 있어 자금 운용이 확 달라진다. 예컨대 톈진 휴대폰 생산법인(TSTC)이 쌓아둔 유보금을 삼성재무공사에 예치한 뒤 다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쑤저우삼성전자(SSEC)에 생산설비 명목으로 빌려줄 수 있다. 삼성재무공사가 29개 법인 간 어음 발행이나 지급 보증도 담당하며 법인들의 자금 흐름이 한결 좋아질 수도 있다.



전문은행으로서 금융시장에서 추가 이익 창출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중국법인들의 유보금을 한데 모은 뒤 삼성재무공사가 은행 간 단기 자금 거래인 ‘콜 마켓’에서 이자소득을 올릴 수 있다. 삼성전자 가전제품이나 휴대폰을 취급하는 중국 대리상들에게 구입 자금 대출도 해주며 판매량 제고에도 신경 쓸 수 있다. 설립 1년 후에는 위안화나 달러를 사고파는 외환거래도 가능해 환율 대응에도 장점이 많다는 진단이다.

중국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말 삼성재무공사 인허가가 날 것으로 믿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중국 은감위가 인허가에 긍정적이었다. 은감위 입장에서도 삼성재무공사가 생기면 삼성전자 중국 사업의 자금 흐름을 한눈에 관리·감독할 수 있어 나쁠 것이 없었다. 삼성투자유한공사가 2015년 7월 재무공사 설립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것도 은감위 협조로 순번이 앞당겨졌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재무공사 설립은 신청 이후 예비인가(최대 6개월)→수정 보완(최대 6개월)→본 인가(최대 6개월) 순으로 진행하는데 1년 6개월 간 정상 수순을 밟았지만 은감위는 계속 본 인가를 미루다 결국 불허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 중국 판매 사업은 2011년부터 휴대폰과 반도체가 호조를 띠며 2014년까지 큰 폭의 실적개선을 보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매출이 꺾이며 당기순손실 776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도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으로 적자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합법적으로 추진해오던 재무공사 인허가를 중국 당국이 뚜렷한 이유 없이 내주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사드 제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에 대한 민간 차원의 감정도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오는 28일 갤럭시 S8 공개를 앞두고 중국인들의 구매 여부를 묻는 페이지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런 페이지에 롯데마트 시위 장면이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가짜 뉴스를 퍼 나르며 공공연히 반한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 중국 3~4선 도시들을 중심으로 한국산 제품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마트나 슈퍼마켓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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