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시계제로 증시와 반전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7.03.09 04:30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며칠 전에 가위 눌리는 꿈까지 꿨다니까요”

얼마 전 만난 한 ‘애미(애널리스트 출신의 개인 투자자)’는 보자마자 하소연이다. 시장 밥을 먹은 지 30년이 넘지만 요즘같이 힘든 때가 없다고 토로했다. 코스피 시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와 미국의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2100선을 넘보며 나름 선방하고 있는데 왜 그럴까.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 행진으로 코스피 왜곡 현상이 벌어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체감은 2100선을 한참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로 화장품 면세점 게임 엔터 등 주요 중소형 업종이 낙폭을 키우면서 길을 잃은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실제로 코스피 시장 전체 시가총액 1380조원 중 삼성전자의 비중은 20%(283조)를 넘는다. 시총 상위 2위인 SK하이닉스로부터 10위인 삼성생명까지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234조원으로 삼성전자에 훨씬 못 미친다.

더욱이 코스피200 지수선물 시장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24%를 상회한다. 삼성전자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코스피200 지수선물 시장도 출렁이면서 꼬리가 몸통을 뒤흔들 여지가 상당하다. 삼성전자 상승에 투자자들이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지만 낙담하기는 이르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올 연초 대비(3월6일 기준) 코스피 주요 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을 찾아보니 상승 종목 수가 321개로 하락 415개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았다.

이중 코스피 시장 상승률 3.35%를 상회하는 종목도 230개로 집계됐다.

아남전자(상승률 64.19%) DSR제강(42.20%) LG이노텍(41.97%) F&F(40.11%) 대한해운(39.53%) 팬오션(34.50%) 티웨이홀딩스(32.15%) 코오롱글로벌(31.25%) 삼양식품(30.95%) 등의 수익률은 삼성전자(11.21%) 보다 높았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왜곡현상에도 4차 산업혁명 기대감,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히트상품 등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든 종목도 상당했다는 얘기다.


최근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보유 중이던 애플 지분을 2배 늘렸다는 뉴스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막역한 사이였으면서도 잘 모르는 IT(정보기술)주에는 절대 투자 안 한다고 했던 버핏은 증손자와 그의 친구들이 아이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을 보고 애플 투자를 결심했단다.

그의 투자 성적은 지금까지로 보면 '대박'이다. 아이폰을 IT가 아닌 고객 충성도 높은 소비재 종목으로 접근한 것이 적중했다. 시계 제로 증시에서 끊임없는 탐구와 익숙한 것과 이별할 수 있는 결단이 중요한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우보세]시계제로 증시와 반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