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정제' 갑론을박…"최선의 선택"vs"단점 많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7.03.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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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금융위, 회계투명성 공청회 개최…임종룡 금융위원장 "분식회계·부실감사 주가조작 수준 제재·처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임종룡 금융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선택지정제는 현재 한국 감사환경에서 최적은 아니지만 최선의 선택이다"(정도진 조세재정연구원 소장)

"감사효율성 감소, 감사인간 다툼, 독점적 지위에 따른 높은 보수 부과 등 상당한 단점을 갖는 제도다"(정우영 상장사협의회 전무)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회계투명성 종합대책 공청회'에서 회계업권과 상장사, 금융당국은 '외부감사인 선택지정제'를 비롯한 회계제도 개선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국회와 회계업권, 학계 등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분식회계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고 입을 모았다. 다만 상장사들은 지정 대상 기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비용도 증가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우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 우리 회계 투명성은 전 세계 최하위권 수준으로 뼈아픈 반성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매 10년 주기로 감사인 지정이나 금융감독원 감리를 통해 전체 상장회사 회계를 전수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분식회계·부실감사에 대해서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수준의 제재와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유한회사를 외부감사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대형 비상장사에 대한 회계규율을 강화하며 부실감사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지난 1월에는 상장사 절반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감독당국이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선택지정제' 도입 등을 포함한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우선 회계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여야와 금융당국 모두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김종석 의원은 "국회는 회계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이미 다수의 외감법 개정안이 정무위에 회부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도 "현행 외감 실패의 구조적 원인은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인 만큼 부담을 이유로 부정적인 재계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회계업권에서는 회계제도 개선안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원정 삼정KPMG 감사부문 대표는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상장사 절반이 대상인 선택지정제보다는 상장사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면서 "해외 증권거래소 상장 법인에 대한 '지정 예외'도 감독 기능이 강력한 미국 거래소 상장사만 해당돼야 한다. 런던과 룩셈부르크 상장사는 감독 측면에서 국내와 차이가 없어 형평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회계법인 의견을 대변한 송재현 대현회계법인 대표는 "지정제 확대 과정에서 대형회계법인과 중소회계법인 간의 운영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선택지정제 효과가 대형 법인에 쏠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어 "감사 품질 제고를 위해서는 오히려 최저 감사보수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감사보수는 '가격'으로서 시장원리에 따라 경제주체 간 협상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국장은 "감사임 선임 제도 개편과 함께 당국은 감리·제재를 대폭 강화해 분식회계는 반드시 적발되고 엄격하게 처벌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선택지정제에 대해 감사효율성 감소, 감사인간 다툼, 독점적 지위에 따른 높은 보수 부과 등 단점이 있고, 자유수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다"며 "부작용이 심한 단기처방"이라고 우려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녹스의 박정진 부사장도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외부감사인을 지정받게 되면 적어도 20%쯤 감사 비용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부담된다"면서 "지정이 된다는 것 자체가 잠재적 분식회계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재은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반적 제도개편의 방향이 기업과 감사인의 부담을 지나치게 가중하면서도 여전히 중요한 핵심을 놓치는 측면이 있다"면서 "어느 한 집단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회계투명성은 달성될 수도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한편 분식회계 내부고발 유도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종승 IR큐더스 대표는 "실제 내부고발을 유인하기에는 포상금 규모나 내부고발자 신분 보호 조치 모두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다소 미흡한 방안"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평가사와 금융기관 심사역,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전문성을 가진 회계정보 이용자들이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할만한 특이사항을 발견하면, 이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감독기관에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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