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은행 점포, 금감원 전수조사한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주명호 기자 2017.03.08 04:52
글자크기

금감원, 전 은행권 중장기 점포전략과 적자점포 현황 조사.. '포용적 금융' 필요 지적도

사라지는 은행 점포, 금감원 전수조사한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만 점포를 300개 넘게 없앨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점포 현황과 중장기 계획에 대해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은행들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점포를 줄일 것으로 보이자 소비자 피해가 없는지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중순부터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중장기적인 점포 운영 계획을 받고 있다. 올 한해 통폐합이 예정된 점포 숫자와 적자가 난 점포, 지역별 점포 운영 현황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지난해 점포 225개를 통폐합한 데 이어 올해는 303개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점포 숫자는 2012년 5352개에서 올초 4796개로 줄었다. 5년 만에 556개, 1년 평균 111개가량 감소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 이용이 늘면서 점포를 찾는 고객의 발길이 줄자 운영비가 많이 드는 점포를 축소한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의 은행 창구 이용비중은 10.9%에 불과했다. 반면 인터넷·모바일뱅킹은 42.1%로 대세를 이뤘고 현금입출금기인 CD/ATM이 35.7%로 뒤를 이었다. 창구 이용비중은 텔레뱅킹(11.3%)보다도 낮았다.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은행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면서 이미 2015년 6월말 기준으로 국민은행 전체 점포 가운데 14.1%가 적자 상태였다. 은행권의 평균 적자 점포 비중은 이보다는 낮은 5.7%였다. 은행 점포는 한 곳을 새로 여는데 평균 17억원이 들고 매달 운영하는데도 임대료와 인건비 등으로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효율성을 이유로 점포를 줄이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고령층과 저소득층, 소외지역 거주민 등 취약계층의 은행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비대면 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농어촌 등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 점포 접근성마저 떨어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널전략은 은행 자율 권한이지만 사회적인 책임 차원에서 취약계층을 감싸는 ‘포용적인 금융’을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1977년부터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지역재투자법'(CRA)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별로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회사의 사회 공헌도를 평가해 공시하고 이를 금융회사의 각종 인·허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점포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이익이 없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A은행의 경우 지난달 서울 지역 점포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은행 창구에서 보험(방카슈랑스)에 가입한 계약자가 피해를 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점에서 폐점을 앞두고 보험협회에 보험대리점 등록을 취소했는데 취소 이후에도 보험상품을 팔아 문제가 된 것이다. 금감원은 씨티은행처럼 일반 소비자 대상의 예금·대출 업무를 하던 일반 점포를 자산가 대상의 자산관리 중심 대형 점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이나 부작용이 없는지도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