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 사라진 삼성의 미래… 반삼성 해소·세대교체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7.02.28 18:34
글자크기

이재용 부회장 강한 의지 반영…중앙집권식 성장공식 탈피, 체질전환 본격화

미래전략실 사라진 삼성의 미래… 반삼성 해소·세대교체


반(反)삼성 정서 해소와 세대교체. 28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 발표에 숨은 의미다.

특히 그동안 미전실을 이끌어온 최지성 실장(부회장)을 포함해 미전실 팀장(사장·부사장) 이상 임원 9명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10명이 동반 퇴진하는 것을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각오가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삼성 만들기'와 '과거와의 단절'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미전실 해체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진 데도 이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약속은 빨리 지켜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이 끝나자마자 전격적으로 미전실 해체를 선언했다는 설명이다.



쇄신을 예고한 마당에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한발 앞서 대응해 쇄신 동력을 확보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는 게 그룹의 경영전략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창사 79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과정에서 미전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엮여 주요 의사결정이 오간 창구로 지목됐다. 삼성 창립자인 이병철 회장이 만든 비서실과 2세인 이건희 회장의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을 거쳐 오늘에 이른 미전실이 총수의 친위조직이라는 일반 여론의 인식도 강했다.



반삼성 정서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의 중심에 미전실 해체가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대체조직 없는 미전실 해체는 뼈아픈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게 삼성그룹에 정통한 인사들의 지적이다. 계열사간 이해충돌을 막고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는 전세계 어느 기업이든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삼성그룹 미전실이 '구태'라는 비판과 별도로 M&A(인수·합병) 등 사업전략과 인사, 감사, 대관 업무를 총괄하며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경영 계획·실행으로 지금의 삼성을 일군 중심축이라는 평가도 외면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언급했을 때 '삼성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조차 "상장사 16개를 포함해 59개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이 컨트롤타워 없이 운영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번 조치로 '그룹' 개념이 사라지면서 삼성은 당분간 불확실성의 시대를 걷게 됐다. 멀게는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장단회의까지 폐지하면서 80년 가까이 이어온 중앙집권식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 계열사별 책임·독립경영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의지다.

현실적으로는 계열사간 사업조정 등 협의할 사안이 생길 경우 전자·물산·생명 등 3개 축으로 나눠 주력 계열사 사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소집할 수 있지만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을 감안할 때 사실상 삼성전자 (81,300원 0.00%) 중심의 경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계열사들의 실적이다. 2008년에도 전략기획실을 해체했다가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가 복원됐다.

매년 1만명 이상 규모로 진행했던 그룹 공채는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계열사별 채용으로 전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계열사별 공통인력은 셰어드 프로세스(공유절차)를 통해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열사별 채용이 이뤄지는 만큼 전체 채용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사장단 인사는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긴급하게 바꿔야 할 데가 있으면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겠지만 1년 더 한다고 해서 당장 큰 문제가 있는 곳은 없다"며 "이 부회장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현재 체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437,000원 ▲2,000 +0.46%)는 조남성 사장이 전날 사의를 밝힌 데 따라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이날 내정했다. 삼성전자는 전 사장의 후임으로 D램 개발실장인 진교영 부사장을 세웠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