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은 미래산업, 규모 10배 이상 키워야”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02.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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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철호 신임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자기 권익만 챙기는 정부 출판 정책에 목소리 낼 것”

윤철호 신임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사진=김고금평 기자<br>
윤철호 신임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사진=김고금평 기자


지난해 7월 윤철호 당시 출판인회의 회장은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제2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자리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 인사가 임명되자 출판계의 미래가 더 암울해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출판계의 두 민간 이익단체인 단행본 중심의 출판인회의와 학습·전집류 등을 망라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미묘한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윤 회장은 ‘자존심’ 대신 ‘단합’을 위해 출협 회장 선거에 나섰다. 윤 회장은 압도적 표 차이로 지난 22일 당선됐다. 출판인회의 회장 출신이 출협 회장에 당선된 건 출협 역사 70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정부 주도의 출판계 산업 정책은 자신들의 일자리 늘리기와 편하게 일하는 방식 개선 등에 집중했을 뿐이에요. 지금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특검에서 구속된 것도 정부 견해와 다른 문화예술인들 및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 거잖아요. 진흥원도 예외가 아니었죠. 출판계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진흥원장에 앉거나, 출판 정책 연구에서 다른 견해를 보이면 지원을 막거나 잘 만든 민간 교육기구를 정부가 모방해 중복 사업으로 혼선을 야기한 것 등이 가장 큰 문제점들이었어요.”

지난 22일 임기 3년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윤철호 회장은 "앞으로 출판 관련 이슈에서 두 단체(출판인회의, 출협)의 목소리를 일원화하고 제대로 전달하는 데 힘을 쏟겠다"며 "출판이 미래 산업의 먹거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br>
지난 22일 임기 3년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윤철호 회장은 "앞으로 출판 관련 이슈에서 두 단체(출판인회의, 출협)의 목소리를 일원화하고 제대로 전달하는 데 힘을 쏟겠다"며 "출판이 미래 산업의 먹거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윤 회장은 “출판을 가장 잘 아는 출판인들이 단합을 통해 공무원 조직의 안일한 사업 방식과 예산 운용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기초 정신 문화사업인 출판은 죽어가는 옛 시장이 아니라, 미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 시절 아마존 같은 시장을 키우겠다며 선택한 디지털 전략은 결국 온라인 서점의 할인 매장을 키운 꼴이라고 윤 회장은 지적했다. 돈이 몰리는 곳에 모든 사업이 집중되다 보니, 정부도 게임이나 영상 쪽으로 예산을 투입했고 결과적으로 기초과학 같은 출판은 상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출판업계도 시대에 맞춰 아날로그와 디지털 양 날개를 달고 준비했어요. 하지만 그런 시도조차 ‘종이’ 영역으로 묶어 농업처럼 홀대 정책을 펼쳐온 게 사실이에요. 도서관 예산만 해도 OECD 평균이 3000억 원인데, 우리는 550억 원에 불과하고, 그것도 매년 감소하고 있어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출판 분야 예산은 단 1원도 없죠.”

윤 회장은 정부가 출판 분야를 ‘미디어’가 아닌 ‘콘텐츠’로 볼 필요가 있고, 현재 200, 300억 원 규모의 단행본 매출액 시장이 10배는 커져야 해외진출이나 새로운 콘텐츠 생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인터뷰 도중, 골치아픈 출판계 현안을 푸는 숙제에 대해 얘기할 때 잠시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br>
윤철호 '출협' 회장은 인터뷰 도중, 골치아픈 출판계 현안을 푸는 숙제에 대해 얘기할 때 잠시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그는 출판계가 미래 먹거리 산업의 안정적 수익 모델로 거듭나기 위해, 또 정부의 편에 서서 예산을 기대하는 과거 구조의 변화를 위해 1조 원 기금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회원사가 연간 출판 매출의 1%를 기금으로 내놓으면 연간 400억 원이 조성되는 방식이다.

앞으로 3년간 출협을 이끌 윤 회장은 “출판인회의의 경험을 살려 두 민간단체가 보조를 맞춰 공동의 인식을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궁극적인 것은 독자와 책이 쉽게 연결되고 가까워지는 일을 수행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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