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전날 박 대통령 측은 27일 변론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헌재에 전달했다. 불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신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탄핵심판 뿐 아니라 퇴임 후 검찰 수사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최종변론 연기를 거듭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최종변론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3월2∼3일로 최종변론을 연기해 줄 것을 헌재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헌재는 최종변론기일을 종전의 24일에서 27일로 늦추며 더 이상의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만약 변론이 27일 종결된다면 탄핵심판 선고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다음달 13일 이전에 내려질 것이 유력시된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과 참모들은 최근 박 대통령에게 헌재 변론 출석 문제에 대한 검토 결과를 보고하며 다수 의견으로 출석을 제안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일부 참모는 출석에 따른 역효과가 우려된다며 출석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 변호사는 신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하는 발언이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불참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대통령은 유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대다수의 대리인과 참모들이 박 대통령에게 변론 출석을 권한 것은 당사자 본인이 직접 소명하고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는 것이 헌법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 지지세력 결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피청구인석에 앉아 신문을 받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지지세력의 동정 여론을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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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박 대통령의 변론 출석은 앞으로 탄핵 인용 결정에 불복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있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헌재 변론에 직접 출석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부당한 결정을 내렸다며 불복 투쟁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22일 헌재 변론에서 탄핵심판 재심 청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끝내 신문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헌재는 박 대통령이 변론에 출석할 경우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과 헌법재판관들의 신문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자칫 답변 과정에서 당황하거나 논리가 꼬일 경우 오히려 헌법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박 대통령 측은 우려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박 대통령 출석시 질문만 할 뿐 추궁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박 대통령 측의 우려를 완전히 털어내진 못했다. 또 박 대통령으로선 27일 변론에 출석할 경우 최종변론 연기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