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 캐릭터, 다음 신이 예상되는 평온한 스토리, 속도감 없는 전개에서도 그의 말과 행동 하나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서렸다. 이병헌의 연기는 자잘한 감성 드라마에서 큰 폭의 액션 블록버스터까지 망라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호주에 도착해 가족의 거주지를 관찰하는 재훈. 거기서 그가 본 것은 이웃집 호주 남자와 다정하게 웃는 아내와 ‘행복한 가정’이었다. 차마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떠돌 수밖에 없는 재훈은 그곳에서 사기당한 진아(안소희)와 함께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한숨과 회한, 절망과 후회의 감정을 공유한다.
모두가 알고 있고 누구나 체험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병헌의 입을 통해 던져진 대사 한 조각은 어딘지 모르게 처연한 울림으로 전파된다.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등 친숙하고 유명한 배우들의 출연이라는 강수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미장센은 투박하고 식상하다. 느린 호흡을 위한 의도적 연출이라는 미학을 인정하더라도, 영화는 시종 독립영화 같은 분위기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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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근사한 독주는 많은데, 먹을 만한 안주가 없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랄까. 여기에 마지막 반전은 한때 몇 번씩 봤던 각인된 재료여서 식상한 측면도 적지 않다.
이병헌의 연기만 놓고 보면, 분노에 찬 고객에게 따귀를 세차게 맞고 드러나는 표정이나 고인 눈물이 터질 듯 말 듯 경계의 슬픔이 주는 감정선이 눈에서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