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추방당한 멕시코인 스스로 목숨 끊어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7.02.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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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현지시간) 멕시코 소노라 주 사사베에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멕시코 난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거대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이 보인다./사진=AFP, 뉴스1 지난 13일 (현지시간) 멕시코 소노라 주 사사베에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멕시코 난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거대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이 보인다./사진=AFP, 뉴스1


한층 더 강화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한 멕시코 이민자의 생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LA타임즈에 따르면 멕시코 검찰이 자국인 과다루페 올리브(44)가 티후아나-산디에고 국경지역 인근에 있는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자살사건이 불법 이민자들 색출에 나서 멕시코 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과 연관성을 짓고 있기도 하다. 정원관리사였던 올리브는 수년간 캘리포니아주에서 불법노동자로 살았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멕시코로 추방당한 올리브는 지난 20일 다시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이민국에 의해 억류됐고 곧바로 멕시코로 추방당했다. 그는 추방당한 직후 엘차파렐 국경지대 인근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멕시코 검찰에 따르면 올리브가 발견된 곳 옆에는 비닐봉지에 미국 이민국에서 발급한 서류와 개인 물품들이 몇가지 들어있었다.

멕시코 일부 언론은 올리브 사건을 보도하며 올리브가 "멕시코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올리브의 이모는 "트럼프가 불법이민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리브는 2014년 아내가 죽은 후 두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 미국에서 일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던 만큼 추방은 그에게 절망과도 같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리브는 미국으로 추방당한 당일 멕시코 이민국 직원에게 인계됐다. 당시 이민자 보호소에서 머물렀던 올리브는 스스로 멕시코로 돌아가겠다며 이민보호소를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올리브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이거나 수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강간·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뿐만 아니라, 단순히 범죄 혐의로 기소되거나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되는 모든 이들이 단속 대상으로 확대됐다. 미국 당국은 이들을 법원을 거치지 않고도 즉각 추방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달 미국의 취업비자(H-1B)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있다. 연간 H-1B비자 발급 수를 대폭 줄이고, 비자 발급을 위한 최저임금 요건을 현재의 두 배인 연간 13만달러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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