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억대 연봉 보험왕 전수조사한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주명호 기자 2017.02.23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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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리베이트 의혹 사건 이후 첫 전수조사..."문제 발견되면 영업점 추가 검사"

[단독]금감원, 억대 연봉 보험왕 전수조사한다


금융감독원이 전 보험사의 '보험왕'에 대해 영업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보험왕은 보험사 전속 설계사 중에서 연간 신규계약이 가장 많은 고액 연봉을 받는 설계사를 뜻한다.

금감원이 보험왕의 불완전판매 여부와 관련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는 2013년 이후 4년여만이다. 금감원은 2013년 당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보험왕이 리베이트(특별이익)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생명·손해보험사 50여곳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 중 연간 계약규모가 많은 고액 설계사를 대상으로 영업실태 점검을 시작했다.

각 보험사는 금감원이 준 35개 체크리스트와 보험사 자체적으로 선정한 15개 체크리스트를 합쳐 총 50개 항목에 대해 고액 설계사를 대상으로 자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점검을 실시한 뒤 설계사별로 점수를 매겨 오는 4월까지 금감원에 통보해야 한다.



조사 항목에는 △보험료 횡령과 유용 △특별이익(리베이트) 제공 △허위·가공·경유 계약 등 모집질서 위반 △내부통제 위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왕'들이 보험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실적을 늘리려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매년 연도대상을 열어 실적이 좋은 고액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해외여행이나 상금을 내걸고 보험왕 상을 주고 있다"며 "설계사들이 보험왕이 되려고 무리하게 영업한 것은 아닌지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점검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는 생보사는 11만명, 손보사는 8만명 등 총 19만명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매년 2~3월께 연도대상을 열어 실적이 좋은 순으로 보험왕 상을 수여해왔다. 대형사의 경우는 연간 신규 실적이 50억원이 넘는 고액 설계사가 수십명에 달한다. 보험왕들은 수수료 수입만 연간 수억원에 달하고 개인비서를 둘 만큼 왕성한 영업활동을 한다. 보험사들은 이들을 '여왕'으로 부르며 특별 관리한다.


문제는 설계사들이 보험왕이 되려고 허위계약을 작성하거나 계약 성사를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설계사들이 무리하게 영업하다 제재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3년에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보험왕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리됐지만 금감원은 2013년에 보험왕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금감원은 오는 4월말까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보험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문제의 보험왕이 소속된 영업점에 대해서도 검사를 나가기로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무리하게 영업하는 설계사가 있을 수 있지만 성실하게 영업하는 보험왕들은 이번 조사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영업이 어려운데 더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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