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전 수석 풀려나던 날...세번째 특검소환된 이 부회장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7.02.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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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권력실세는 불구속...기업들 '동네북' 신세 전락"…'반기업 정서' 팽배 우려도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2017.2.22/뉴스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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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2017.2.22/뉴스1



법원이 22일 오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가운데 같은 날 오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80,200원 ▲2,600 +3.35%) 부회장이 구속 이후 세 번째로 특검에 소환되자 재계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한 만큼 어디 가서 하소연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권력에 다 뺏긴 것도 모자라 총수까지 구속된 상황이 한국 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56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법무부 호송 차량을 타고 도착했다. 이 부회장은 포승줄이 뒤로 묶인 채 수갑을 차고 아무런 말 없이 어두운 표정을 유지하며 조사실로 들어갔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특검에 출석해도 할 수 있는 게 멀리서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며 "참으로 안타깝다"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가총액 약 400조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 리더의 현재 모습과 대조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실세'라 불린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1시 서울구치소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특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불출석)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나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일명 '우병우 사단'은 여전한 반면, 삼성 등 글로벌 기업의 총수는 구속 상태에서 법정 싸움을 통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업들은 최근 들어 '동네북'으로 전락한 신세를 한탄만 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 우 전 수석이 수차례 소환에도 소환장 수령을 거부하며 빠져나가다가 마지막에 출석한 것과 달리 총수들은 몽땅 불려 나간 것도 모자라 이 부회장의 경우 삼성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특히 재계는 이 부회장 구속의 결정타로 작용한 경영권 승계 특혜와 관련된 3대 의혹(경영권 승계완료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 (786,000원 ▲15,000 +1.95%) 상장, 삼성SDI (440,500원 ▲2,500 +0.57%) 보유 삼성물산 (150,300원 ▲4,300 +2.95%) 지분 매각)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일단 특검은 순환출자 지분 정리 과정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특혜와 청탁이 오갔다고 의심했지만, 재계는 이 부회장이 얻는 실익이 없어 애초부터 청탁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언제쯤이면 이런 상황이 마무리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며 "우 전 수석의 불구속과 이 부회장의 구속 상황을 볼 때 권력 실세와 기업인의 위치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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