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업계에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보고서 하나가 시장의 호황이 한동안 이어지는 것을 뜻하는 슈퍼 사이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글로벌 IB UBS가 지난 8일 SK하이닉스 (179,600원 ▲6,400 +3.70%)의 내년 업황에 대해 "올해 고점을 기록한 뒤 2018년 영업이익이 36%나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즉각 반응하며 10일 5% 이상 급락했고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 시점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달아올랐다.
반도체 업계는 일단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올해 사상 최대를 찍고 내년에 30% 이상 추락하더라도 역대 두 번째 수준의 실적인만큼 아직 업계의 위기를 논할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지난해 4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4조9500억원)을 반도체부문에서 올린 삼성전자의 경우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해외 반도체 장비업체의 경영진 역시 "당장은 스마트폰 고도화가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고 있지만, 앞으로 4차 산업혁명 분야가 반도체 시황을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도 "지난해 하반기에 반도체 시황이 이렇게 살아날지 누가 알았겠느냐"며 "장기 반도체 시황을 맞추기란 사실상 '신의 영역'인 셈"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말론'에 일희일비하기보단 물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노를 저어야 기회를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