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유지? 사장단체제 가동? 삼성 "일단 숙고의 시간"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7.02.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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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상 첫 총수 구속' 충격 속 대응방안에 고심… "사장단회의 소집 계획은 아직…"

삼성 서초사옥 모습/사진=홍봉진 기자삼성 서초사옥 모습/사진=홍봉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부재'가 현실화된 삼성의 향후 대응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전략실(미전실)이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는 한편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만들어졌던 사장단협의회 체제가 심화·가동될 것이란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숙고 중"이라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삼성 그룹 수뇌부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직후 강남 삼성 서초사옥에 모여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지 약 2시간 만인 이날 오전 7시30분, 삼성 측은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공식 입장을 내놨다.



예기치 못했던 총수의 부재로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삼성 내부에서는 적잖은 충격이 감지됐다. 대부분의 그룹 관계자는 "지금 이 상황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삼성은 큰 충격을 받은 조직 추스르기에 일단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에 열린 긴급회의에서도 수뇌부 사이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현재 위기를 뚫고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일 사옥에서 밤을 새우며 비상 상황에 대비했던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은 모두 비통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된 삼성에 대해 예측되는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그대로 둔 채 2008년 삼성 특검 때와 같은 사장단협의회 체제를 가동시키는 방식이다.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12월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공언한 대로 해체 준비를 밟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총수 부재상황에서 이마저도 사라져 버린다면 그룹의 정상적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미래전략실 책임자인 최지성 미전실장(부회장)과 대외 업무를 도맡아 해온 장충기 미전실 차장(사장)이 피의자 신분임을 감안할 때 온전한 기능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당분간 미전실 기능을 보완할 사장단협의체제가 수반될 것이란 관측이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전략기획실(현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서 사장단협의회가 가동된 바 있다. 사장단협의회는 산하에 '브랜드관리위원회'와 '투자조정위원회' 등을 두고 중요 현안을 조정했다.

그룹 내 원로격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나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을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 등이 협의회를 이끌고 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권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있으면서도 현재 삼성 그룹 내 존재하는 세 명의 부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피의사실이 없는 부회장이기도 하다.

다만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삼성 측은 그야말로 현재 대응 방안을 숙고 중인 상황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장단회의 소집계획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미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쇄신안을 준비 중이던 상황"이라며 "과거와의 결별 작업을 준비 중이던 현재의 삼성으로서는, 더군다나 예기치 못했던 영장이 발부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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