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쥬시후레쉬' 등 3종은 최장수 제품…과거엔 TV광고 경쟁
-2000년 출시한 '자일리톨' 큰 인기…단숨에 4000억 시장으로 급성장
-생활수준 높아지며 껌 시장 내리막길…업계 '기능성껌' 출시 타개책 골몰
제과업계가 졸음방지부터 금연보조, 비타민·유산균 함유까지 각종 기능성껌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매년 시장 규모가 줄고 있는 국내에서 벗어나 중국, 동남아, 중동 등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착오를 거쳐 1959년 기계로 만든 최초의 껌 '슈퍼민트'(해태)가 나왔다. 수입껌 만큼 맛이 좋지는 않았지만 당시 외래품 단속이 심하던 때라 이 제품은 단번에 국민껌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일본에서 껌 제조설비와 자동포장기를 도입한 해태제과는 '시가껌'과 '셀렘껌'를 출시했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전국 도·소매상들이 껌을 받으려고 해태제과 본사 앞으로 찾아와 장사진을 쳤을 정도였다.
롯데제과가 껌 시장에 뛰어든 것은 1967년이다. '쿨민트껌', '바브민트껌', '쥬시민트껌', '페파민트껌', '슈퍼맨 풍선껌', '오렌지볼껌' 등 6종을 출시해 첫 해에만 3억8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당시 껌 가격이 2~5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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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이라는 CM송으로 유명한 TV광고 속 대표제품 3종.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는 1972년 출시된 국내 최장수 껌이자 지금도 연 100억원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해태제과도 향기껌인 '아카시아껌'을 띄우려고 TV광고에 나섰다.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라는 인상깊은 CM송으로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았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1970~80년대 껌은 단맛으로 허기를 달래주고 씹는 재미까지 주는 국민 먹거리였다"며 "가족과 친구간에 정을 나누는 수단이었고, 제과업계에선 놓칠 수 없는 중요한 매출원이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껌 매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2000년 출시한 '자일리톨껌'이 있다. 자일리톨은 수많은 신기록을 쏟아낸 히트상품이다. 설탕보다 4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없고, 충치예방 효과가 있다고 마케팅한 것이 주효했다. '치과 의사들이 권유하는 껌'으로 알려지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롯데제과는 2002년 자일리톨껌 단일 매출만 1800억원을 올리며 1조 클럽에 입성했다. 경쟁사들이 자일리톨 유사제품 출시에 뛰어들면서 연 2000억원을 밑돌던 국내 껌 시장은 단숨에 3000억원을 넘어섰고 이후 4000억원대까지 커졌다.
휴대하기 편한 길쭉한 모양 일색이던 껌 모양이 다양해 진 것도 이 때부터다. 알약 모양의 껌을 대용량 포장용기에 담은 신개념 제품은 휴대용 껌보다 10배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렸다. 국내 껌 시장은 자일리톨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TV 광고를 주름잡던 껌 광고는 사라졌지만 대신 국내 제과업계는 기능성 껌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껌 소비진작 캠페인을 벌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졸음번쩍껌'(졸음예방), '니코컷'(금연보조), '헛개로 확깨는 껌'(숙취해소), '스포츠버블껌'(필수아미노산 함유), '와우톡톡콜라'(탄산음료칩 함유), '부장껌'(비타민C 함유)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내수 시장에 매달리기 보다는 해외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매년 껌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등 우리와 비슷한 추세지만 중국, 동남아시아 등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시장의 경우 미국 껌 회사인 리글리가 제과업계 1위를 차지할 정도다.
국내 제과업계 껌 수출은 2005년 3192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1390만달러로 줄었다. 업체별 해외법인의 껌 매출은 오리온 1160억원, 롯데제과 80억원이다. 해외법인이 없는 해태제과의 껌 수출 규모는 연 2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