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구글' 액셀 밟는 삼성…경쟁자인가 협력자인가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17.02.2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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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타이젠·빅스비 등 자체 플랫폼 구축…구글은 HW 독자 사업화·LG電 협력 강화

'脫구글' 액셀 밟는 삼성…경쟁자인가 협력자인가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와 구글의 동맹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수년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탄탄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던 양사는 최근 하드웨어와 플랫폼 등 상호 영역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세(勢)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OS(운영체제) ‘타이젠’ 탑재기기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IoT(사물인터넷)·VR(가상현실)·AI(인공지능) 분야에서도 탈(脫) 구글형 독자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독자 스마트폰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안드로이드 진영 내 LG전자 (92,400원 ▲900 +0.98%) 등 다른 경쟁사들과의 협업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융합 플랫폼 시대를 맞아 양사가 ‘협력’과 ‘견제’가 공존하는 경쟁적 동반자 관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타이젠’, OS 플랫폼 신흥강자로 떠오를까=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의 탈(脫) 안드로이드 전략이다. 2014년 스마트워치 ‘기어S’를 출시할 때부터 웨어러블 기기 OS로 자체 모바일 플랫폼인 ‘타이젠’을 탑재해왔다. 최근 출시된 기어S3 역시 타이젠 기반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스마트워치는 240만대가 팔렸다. 점유율 11.4%로 애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 대신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 기기도 늘고 있다. 중저가폰 영역에서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타이젠을 적용한 스마트폰 판매량은 아직 100만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해 130만대로 그 수가 늘어나면서 마이크로소프트(80만대)를 누르고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에 이은 3위에 오를 전망이다. SA는 2022년 타이젠을 적용한 스마트폰이 4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TV를 비롯한 스마트 가전, 커넥티드카 OS 역시 타이젠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특히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IoT 사업에서도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의 IoT 플랫폼 ‘안드로이드 씽스’와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VS구글, AI·VR·IoT 등 신산업…협력보단 경쟁= AI 분야에서도 삼성과 구글이 ‘동반자’보단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독자 AI ‘빅스비’를 탑재키로 했다. 반면 구글의 음성기반 AI ‘구글 어시스턴트’ 적용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VR(가상현실) 부문에서도 삼성전자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와의 협업을 강화하면서 구글의 VR 플랫폼 ‘데이드림’과 거리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VR 헤드마운트기기(HMD) ‘기어 VR’는 지난해 630만대가 팔렸다.(슈퍼데이터 리서치)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블릿 신제품을 공개한다.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와 MS의 윈도10을 모두 수용하는 멀티OS를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부문에서 구글 생태계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구글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해 10월 구글은 최초의 자체제작 스마트폰 ‘픽셀’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구글 어시스턴트 역시 삼성전자의 국내 경쟁사인 LG전자 전략폰 ‘G6’에 세계최초로 탑재된다. LG전자는 구글 웨어러블 OS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세계 최초로 탑재한 ‘LG워치’ 시리즈 역시 출시했다. 하드웨어 부문에서 직접, 혹은 다른 제조사와의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내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삼성은 끈끈한 협력을 토대로 애플이 선점한 스마트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반격을 주도해왔다”며 “하지만 융복합 시대를 맞아 양사가 각각 상대방의 영역인 플랫폼과 기기 시장으로 확장에 나서면서 당분간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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