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한계 극복 위해 '제2의 강대원' 키워야"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7.02.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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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주 반도체학술대회장 인터뷰]신기술·아이디어 여력 충분…인재 육성에 힘 쏟아야

"반도체 기술 한계 극복 위해 '제2의 강대원' 키워야"


"대학에서 반도체를 가르치는 교수님이나 배우려는 학생들이 줄고 있어 걱정입니다."

그의 지적은 '반도체 왕국' 대한민국의 속살을 향한 것이었다. 홍성주 한국반도체학술대회장(사진)은 12일 인터뷰에서 한국 반도체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희망을 기탄없이 쏟아냈다.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지만 최근 인력양성 기반은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상황이다. 국내 대학의 연구 지원 프로젝트가 줄면서 반도체 관련 학과 전공자가 줄었고 교수진도 연구 방향을 바꾸고 있다.



바탕에는 반도체 미세화 한계론이 깔려 있다. 반도체 미세화가 10나노급(㎚·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까지 발전하면서 기술력의 상징이었던 미세화 공정이 2021년이면 한계를 맞는다는 전망까지 나온 상황이다.

홍 대회장은 이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반도체 발전을 이끌 신기술과 아이디어가 여전히 적잖다는 것이다.



"극자외선(EUV) 노광(반도체 웨이퍼에 패턴을 새기는 공정)장비 같이 10나노급 이하의 초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되고 인텔,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 등 글로벌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포기하긴 이르죠."

홍 대회장은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하이닉스 반도체연구소 소자그룹장, 연구소장, D램개발본부장을 지냈다. 지금은 SK하이닉스 (173,200원 ▼400 -0.23%)의 부사장급 미래기술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국내 반도체 인재 발굴에 앞장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던 셈이다.

반도체학술대회는 국내 반도체 기업과 학계, 연구소에서 1500여명이 참여하는 반도체 분야 최대 학술대회다. 반도체 기술교류의 장이자 인적 네트워크의 장으로 산·학·연 협력을 통한 반도체 생태계 선순환의 기회를 제공한다.


학술대회는 올해 강원도 홍천에서 열리는 제24회 대회를 열기에 앞서 지난해 12월 기초과학 연구의 기반 조성, 반도체 과학 기술인의 지속적인 양성, 국가 과학기술 발전 기여, 산·학·연 협력 강화, 연구성과 공유를 통한 발전을 골자로 한 특별강령을 제정했다.

오는 13~15일 학술대회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물리학자 고(故) 강대원 박사를 기리는 '강대원상'을 제정해 첫 수상자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 강대원 박사.고 강대원 박사.
강 박사는 1960년 오늘날 반도체 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한 '모스펫'(MOS-FET·전계효과트랜지스터)을 세계 최초로 제조했다. 이 모스펫은 대량 생산되는 거의 모든 반도체의 기초로 사용된다.

강 박사는 이 외에도 1967년 비휘발성 메모리의 기본 원리인 플로팅게이트를 세계 최초로 구현해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의 기초를 닦았다.

강 박사는 한국인 최초의 미국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펠로였고 한국물리학회 종신회원으로 국내 전자공학계에도 학회지에 벨연구소의 선진 기술을 소개하는 등 학문 발전에 기여했다.

이런 공로로 그는 사후 17년 만인 2009년 트랜지스터 발명 60주년을 기념해 에디슨과 라이트 형제, 노벨 등이 이름을 올린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다. 또 미국 컴퓨터역사 박물관에도 강 박사의 이름은 올라 있다.

강 박사가 모스펫을 발명한 지 56년이 지나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의 이름을 딴 상이 국내 반도체인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인재를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홍 대회장의 작은 바람이다. '강대원상'의 효과인지 이번 학술대회에는 역대 최다 논문이 접수됐다.

"강 박사는 세계 반도체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분입니다. 최근 고개를 드는 기술의 한계를 돌파하려면 제2, 제3의 강대원 박사가 필요합니다.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이런 노력이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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