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1년의 풍경들을 다섯 번 겪고 나니 어느새 우리 아이가 다섯 살이 됐습니다. 종종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던 아이는
단풍이 든 나뭇잎을 보고는 "와~멋지다" 큰 소리로 탄성을 지르곤 했습니다.
한달 후엔 새싹이 솟아난 나무를 보고 또 어떤 감탄을 자아낼지 궁금해집니다.
'나무는 겨울에 잠을 잡니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봄이 되면 깨어나 여름에는 열매를 맺고, 가을에는 낙엽을 떨어뜨린다고 말합니다. 또 발은 땅속 깊이 뻗어있고, 머리는 구름에 닿아있으며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모두에게 똑같이 그늘을 나누어 줍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깨끗하게 해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씨앗도 선물해 주지요.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소중한 존재인 나무에 대해 속삭이듯이 이야기합니다.
나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독특한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앙상한 가지와 눈송이들로 시작하는 책은 뒷장으로 갈수록 어느새 쑥쑥 자라 풍성하고 그 수도 늘어난 나무들로 채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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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겨울잠을 자는 나무, 꽃이 핀 나무, 열매를 맺는 나무, 작은 나무, 큰 나무, 잎사귀가 적은 나무, 잎사귀가 가득한 나무 등 다양한 나무의 모습을 통해 어떤 나무이든 다를 것 없이 모두 놀라운 존재라는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뿌리에 대한 이야기는 뿌리의 모습을, 나뭇가지를 이야기할 땐 나뭇가지 모습만 확대해 보여줘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 그림은 아이들의 이해를 도와줍니다.
◇'나무는 정말 놀라워요'=램니스케이트 지음, 남진희 옮김, 미디어창비 펴냄. 48쪽/ 1만2000원.
② 아나톨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나톨은 우연히 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됩니다.
"난 쥐가 너무 싫어요!"
"부엌에 몰래 들어와서는 쓰레기통을 다 헤집어 놓지는 않나, 식탁 위에 있는 음식을 가져가질 않나. 때로는 우리가 입도 안 댄 음식에 이빨 자국을 남기기도 한다니까요! 그러면 그건 버려야 되잖아요. 하느님도 쥐가 얼마나 더러운지 아실 거야!"
"프랑스에서 쥐를 모두 없애야 돼. 쥐는 악마라고!"
아나톨은 너무 놀란 나머지 충격에 휩싸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우리가 이토록 쓸모없다니 너무 끔찍해! 내 자존심, 내 명예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슬픔에 빠진 아나톨이 외쳤습니다.
다른 생쥐들처럼 몰래 음식을 훔쳐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보답'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건 바로 맛있는 치즈를 감별하는 일입니다.
아나톨은 커다란 치즈 공장에 있는 모든 치즈를 맛본 뒤 '최고로 맛있음', '맛있음', '진짜 맛없음' 등 다양한 맛 평가를 적어놓은 종이를 붙여놓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해 준 일의 대가로 당당하게 치즈를 가져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맛 평가 종이에 적힌대로 치즈를 만들었고 이 공장의 치즈는 날개돋힌 듯이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공장도 더 짓고 직원들의 월급도 올랐습니다.
스스로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킨 아나톨의 이야기는 많은 배울 점을 남겨 줍니다. 한계를 뛰어넘어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는 자세, 자기 스스로의 특별함은 그 누구도 아닌 본인만이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말이죠.
◇'아나톨'=이브 티투스 지음, 정화진 옮김, 미디어창비 펴냄. 40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