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정치 테마주, 투기판을 부르다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7.02.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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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대선 불출마 선언이 증권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반기문 테마주가 일제 하한가를 맞은 반면 반 전 사무총장의 사퇴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테마주가 요동치고 있는 것.

◇반기문 테마주 12개 종목 '하한가'=코스피 시장에서 2일 오전 11시34분 현재 성문전자 (1,459원 ▲3 +0.21%) 성문전자우 한창 동양물산 4개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파인디앤씨 일야 보성파워텍 광림 케이씨피드 씨씨에스 와이비엠넷 지엔코 (464원 ▲6 +1.31%) 등 8개 종목이 하한가이며 큐로홀딩스 큐캐피탈 등도 25~29% 급락세다.



모두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반기문 테마주로 거론된 종목들이다.

이에 반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관련주로 장중 한때 상한가로 치솟았던 국일신동 (2,760원 ▲125 +4.74%)은 상승폭을 줄여 23%대 오름세다. 국일신동은 김경룡 대표가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으로 황 권한대행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황교안 테마주에 편입됐다. 마찬가지로 성균관대 출신인 조순구씨가 대표로 있는 인터엠도 13% 이상 오르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테마주인 대신정보통신 (1,106원 ▲32 +2.98%)이 24% 이상 급등중이다. 대신정보통신은 대표이사가 유 의원이 박사학위를 받은 위스콘신대 동문이란 이유로 유승민 테마주로 분류됐다.

또 안희정 테마주인 SG충방 (2,120원 ▲10 +0.47%)이 10% 이상 오름세다. SG충방은 회사 대표가 386운동권 출신으로 안 충남지사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테마주인 써니전자와 안랩이 각각 7%, 4% 이상 오름세다.


◇한국 정치테마주의 한계=사실 테마주 형성은 증권시장에서는 필수적이지는 않더라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테마를 형성하면서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이는 시장에 대한 관심, 거래량 증가 등으로 이어져 시장을 받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가령 전기차 테마가 형성되면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가 주목 받게 되고 이와 함께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등이 시장의 관심을 끌면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기술 성장으로 이어져 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의 정치 테마주가 주요 후보들의 정책에 기인하기 보다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학연, 지연 등이 기댄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성문전자는 신준섭 전무이사가 반 전 총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지엔코는 반 전 사무총장의 외조카로 알려진 장지혁 대표가 운영한다는 이유로, 큐캐피탈은 지엔코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로 반기문 테마주에 편입돼 왔다.

씨씨에스 (3,000원 ▼110 -3.54%)는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주를 포함해 충북지역에서 케이블TV 방송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성파워텍은 반 전 총장의 동생이 재직했다가 퇴직했음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테마에 엮여 왔다.

펀더멘털에 관계 없다 보니 주가 흐름도 이례적이다. 지엔코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3억원의 누적손실을 기록했으나 8월말 3000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반 전 사무총장의 퇴임을 앞둔 지난달 16일 955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석달반 사이 거의 3배 가량 껑충 뛴 셈이다.

성문전자의 경우 지난해 2월중순 1670원을 기록, 52주 최저가를 경신했지만 9월 중순경에는 1만5150원을 기록하며 9배 이상 이상급등하기도 했다.

지엔코와 성문전자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에 따른 부침 끝에 이날 52주 최고가 대비 각각 63%, 72% 이상 하락을 기록중이다.

주식시장을 투자가 아닌 ‘투기판’으로 보는 인식이 정치 테마주의 기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실적 개선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인맥, 학연을 쫓는 기현상은 결국 주식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인맥, 학연 등에 기인한 테마주는 펀더멘털 요인 외에 주가 형성에 잡음을 형성해 시장 전체에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며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고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비이성적 테마주 형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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