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2013.2.27/뉴스1
어떤 이들은 설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한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쓸쓸하게 명절 특선 TV 프로그램만을 즐기는 현실이다.
여든을 넘긴 장모씨(83)도 이번 설을 기대하는 노인 중 한명이다. 아들내외와 함께 살다 지난해 실버타운으로 분가했다는 장씨는 "실버타운에 오기 전에는 뭔가 가슴이 답답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이 전혀 안 든다"며 "여유가 생기니 자식들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올해로 여든을 맞은 손모씨는 이번 설을 맞아 자식들과 함께 국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손씨는 "평소에도 자식들을 자주 보기 때문에 설이라고 집에서 모여 있는 것 보다 함께 어딘가를 가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설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주로 해외나 국내 여행을 떠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두고 자식들끼리 여행을 떠나도 나는 별말 안할 텐데, 꼭 나를 데리고 간다"며 "용돈도 한달에 한번씩 다들 모아 챙겨주는 등 자식들이 나를 항상 신경쓴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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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둘째날 함께 사는 셋째딸 내외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정모할머니도 "큰 아들은 함께 가지 못해 아쉽다며 여행경비를 보내줬다"며 "다들 참 힘들게 키웠는데, 그럭저럭 잘 키워놨는지 벌이가 괜찮아 용돈도 많이 챙겨준다"며 으쓱해 했다.
(자료사진) © News1 김명섭 기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어르신들은 설 명절 얘기가 나오자 하나둘씩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이따금 자식 얘기에 버럭 화를 내는이들도 있었다.
올해로 여든이 된 김모씨는 "우리 자식들은 아침에 왔다가 낮 12시 전에 간다"며 "할멈도 없으니 이번 설에도 오전에 잠깐 자식들과 있다가 또 종묘공원으로 나오겠지"라고 말했다.
역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정모 할아버지(87)도 "아들 셋, 딸 둘이 있는데 큰놈이랑 둘째 아들은 집에도 잘 안온다"며 "없어서 도와주지 못했는데, 그게 한이 된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설에 멍하지 집에 있을 바에는 나와야지, 아마 그날에도 종묘공원에 있을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여든을 코 앞에 둔 전모 할아버지는 설 얘기가 나오자마자 언성을 높였다. 그는 "여기 나와 있는거 보면 모르냐"라며 "친척 얘기는 꺼내지도, 묻지도 말라"며 자리를 피했다.
역시나 종로에서 하루를 보내던 송모씨(75)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설에 무슨 계획이 있겠나"라고 입을 열었다.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활약하다 정년을 다 채우고 퇴사한 송씨는 "내가 젊었을 때 사 놓은 아파트 2채를 자식들이 사업한다고 다 날렸다"며 "벌어 놓은거 자식들이 다 까먹는다는 말이 남의 얘기인줄만 알았는데, 세상 사는게 다 그렇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자식들과 왕래도 안한다"며 "작년 설에도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쓸쓸하게 회상했다.
서울 종로의 한 무료 급식소 앞에서 만난 이모 할아버지(78)는 "자식들이 있긴 하지만, 없는 것과 같다"며 "설에도 급식소에 나와 한끼 식사를 떼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식들 얘기는 물어보지도 말라"고 얘기하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를 찾은 김모씨(76)도 "나에게 설은 특별한 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은 나에게 그냥 지나가는 날에 불과하다"고 쓸쓸해했다.
노인들의 설맞이 풍경이 이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가운데 서울시 기준 독거 노인은 28만여명이다. 이들 중 건강이 좋지 않거나 사회적 접촉 빈도가 낮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돌봄 기본 서비스를 받는 이들은 2만2000여명에 달한다.
서울시는 노인돌봄 기본 서비스 대상자를 이번 설 연휴 직후 직접 찾아 방문하고 설 연휴 기간 중 1차례 전화로 안부를 묻는 서비스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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