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시월드'(시댁과 월드를 합친 신조어, 시댁 스트레스를 상징) 못지 않은 '처월드'(처가와 월드를 합친 신조어)에 고민하는 사위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회사원 박정윤씨(31·가명)는 명절이 고된 사위 중 한 명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장모 때문이다. 박씨는 2015년 2월 결혼해 3차례 명절을 겪었다.
또 명절 기간 본가에서 보낸 시간만큼 처가에 머물지 않으면 장인 장모의 눈치가 보인다며 울상을 지었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되는 직장인 강우경씨는(32) 결혼 후 명절을 단 한 번 겪었을 뿐인데도 '명절 공포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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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명절에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장모님이 부담스럽다"며 "애한테 밥 먹이듯 이것저것 먹으라고 강요한다"고 말했다.
강씨가 장인어른과 편하게 술 한잔이라도 할라치면 장모님이 나서 말리기도 한다. 술 마시면 피곤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짐이 된 셈이다.
/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처월드' 갈등 사례들은 대부분 장인·장모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아내가 장인·장모 편을 든다면 사위의 고립감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내의 '중간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시가'든 '처가'든 남편과 아내에게 모두 낯선 존재라는 점을 서로가 인정하는 게 갈등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절에는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다들 힘들어한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어려움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역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노 교수는 "다른 가족구성원들의 수고와 노력을 알아주는 말 한마디만 서로 건네주면 그것만으로도 화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