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유년 벤처투자 3조원 시대 열릴 것

머니투데이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 2017.01.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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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불안을 보란 듯이 불식시켰다. 신규투자가 전년도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시선이 2016년 한 해 동안 자리했다. 사상 최대의 신규투자를 기록한 2015년 이후의 움직임에 모두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에서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점차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시장의 성장은 어렵다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업계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반기부터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반기까지는 전년도 초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을 지원했던 기저효과로 실적이 위축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하반기부터는 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주목할만한 사실은 하반기에 미국의 정권교체, 국내의 정치적 혼란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도 벤처캐피탈 업계가 괄목할 실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앞으로도 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2016년 벤처투자 실적을 마감한 결과 신규투자가 2조1503억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년 기록을 깨고 최고의 실적을 달성해 내고 있는 것이다. 주요 기관의 활발한 출자로 투자조합 결성도 크게 증가했다.



그동안 벤처펀드 참여를 망설였던 각종 연기금, 공제회가 2016년에는 공격적인 출자사업에 나섰고, 국민연금 등도 더 많은 금액을 벤처펀드에 넣으면서 모태펀드 삭감예산의 빈자리를 채워 2015년 대비 18% 증가한 수준으로 마무리했다.

전체 투자금액이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지만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창업 초기기업(설립 3년이내)에 대한 투자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은 2015년 31%에서 2016년 37%로 증가했다. 이는 벤처캐피탈이 안정된 수익만 쫓는다는 항간의 비난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결과다.

정책적으로 초기기업 투자확대를 위한 마이크로VC 도입, 청년창업펀드 결성과 함께 팁스(TIPS) 등 다양한 창업 지원 및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창업기업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고, 그러한 초기단계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서로 윈윈하는 케이스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민간이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올 한해는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예상된다. 우선 벤처특별법의 10년 연장이 확정되면서 그 내용의 개편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야기돼온 벤처특별법 개편이 올 들어 급물살을 타고, 보다 심도있는 연구와 토론을 통해 현실성 있는 내용으로 개정될 것이다.

지난해 말에 제도화된 액셀러레이터의 활동도 기대해본다. ‘창업기획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창업 초기기업의 자금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의 육성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창업벤처전문 PEF(사모투자펀드)도 올해 1월부터 제도화됐다. PEF를 활용한 창업벤처기업 투자는 제도적, 환경적으로 기존 투자수단과는 또 다른 위치에 있어 업계에 새로운 움직임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증권사의 신기술사업자 등록이 이미 10개사를 넘었고, 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한 증권사도 생겨났다. 본격적으로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이들의 행보도 주목해볼 만 하다.

벤처투자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전보다 다양한 투자기구가 생겨나고 투자방식도 선진화되고 있다. 투자금의 규모뿐 아니라 특정 업력, 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투자하는 양상으로, 보다 균형적인 생태계로 발전해 나아갈 것이다.

벤처가 국가 경제의 신사업 분야로서 우뚝 서고,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외 벤처캐피탈과의 협업,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벤처캐피탈의 미래 모습도 상상해볼 수 있다. 과거 3~4년 전과 비교해도 외자유치펀드의 확대, 해외로 진출한 벤처캐피탈의 증가 등 희미하기만 했던 글로벌화가 조금은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새해 정유년,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해인 만큼 벤처투자업계도 또 한번 새로운 움직임으로 벤처투자 3조원 달성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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