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금'인 특검에 '시간끌기'로 버티는 최순실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박보희 기자, 양성희 기자 2017.01.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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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법원,'소환 불응' 崔에 체포영장 발부…'뇌물죄' 피하려 '묵비권' 전략…고지 앞두고 속타는 특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 최순실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회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 최순실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회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강제 구인'이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격에 '묵비권 행사'로 맞설 전망이다. ‘막무가내식’ 방어전략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는 특검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 더불어 이번 게이트의 최고 핵심 인물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삼성의 뇌물공여, 이화여대 입시비리 등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 최씨 조사가 필수적이다. 특히 궁극적인 수사 목표인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은 이번 조사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하려 했지만, 영장이 기각됐다. 최씨 일가에 특혜성 지원을 한 게 명백해 보였던 수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게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 만큼 특검은 곧바로 최씨 조사에 나섰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 뇌물수수의 공범으로 입건된 상태다.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최씨에게 칼날을 겨눴다.

그런데 최씨가 훼방을 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특검 출범 후 7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첫 소환에만 응한 뒤 건강상 이유 등을 대며 모두 거부했다. 이번에는 ‘강압 수사’를 내세웠다.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소환해도 묵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최씨의 특검 소환 불응에 따른 수사 난항 우려에 대해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절차만 갖춰지면 이와 관련된 부분은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 뜻대로 법원이 판단해줄지는 미지수다. 최씨 측은 강요죄보다 형량이 훨씬 무거운 뇌물죄 적용만은 피하자는 의도를 드러냈다. 특검의 수사기간은 한정돼 있다. 이미 1차 수사기간 만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법원이 보낸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최씨가 시간을 끄는데 적극 활용하는 있는 셈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 처음부터 뇌물죄를 언급했던 특검이 이를 입증하는데 실패한다면 결국 화살이 다시 특검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최씨 측도 이를 알고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내달 초로 예고했다. 그 전에 최씨에게서 의미 있는 진술을 얻어내지 못하면 조사는 실익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통치행위였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실을 몰랐다’는 박 대통령 주장을 뒤집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 시각이다.

특검은 최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 특검보는 “체포영장은 각 사건 혐의별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며 “현 수사 상황상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 수사 진행이 가장 빠르고 종결 가능성 있어서 먼저 한 것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부받은 영장으로는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 외에 뇌물죄 조사 등은 할 수 없다. 수사하려면, 관련 혐의에 대한 영장을 다시 받아야 한다. 이 특검보는 “(업무방해) 체포영장을 집행 조사한 후 다른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할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는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최씨 조사는 오는 26일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최씨가 24~25일 재판을 받아야 하는 탓이다. 체포하면 48시간 동안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특검은 이 기간 최씨 조사에 사활을 걸 계획이다.

이번 주 삼성 관련 인물도 추가로 소환될 예정이다. 이 특검보는 ”삼성 수사를 마무리하고 다른 대기업 수사를 할 예정“이라며 ”(이번 주)삼성과 관련된 이들이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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