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정유라 잘 키워라' 朴대통령 당부 듣고 충격"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2017.01.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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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혜 없었다'는 朴 대통령 주장과 상반…시간 끌기 무더기 증인신청에 김기춘 등 일부 채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8차 변론에서 증인신문을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8차 변론에서 증인신문을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기소)이 "정유라씨(21)를 잘 키워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당부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일가를 직접 챙겼다는 취지로 최씨와의 공범관계를 부인하던 박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다.

23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8회 변론기일에서 김 전차관은 2015년 1월9일 박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구속)과 함께 박 대통령을 만났다고 했다. 김 전차관은 "(박 대통령이) 정씨 같이 끼, 능력, 재능이 있는 선수들을 위해 영재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박 대통령이 정씨의 이름을) 직접 말씀하셔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이런 선수(정씨)를 기죽이는 안민석 의원은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비슷한 말을 했다"고 대답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공모라든가 어떤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는 것, 그건 아주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라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한 바 있다.

김 전차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차관 임명 전부터 김 전실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고, 임명 후인 2013년 12월에는 체육계 현안을 직접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듬해 여름에는 최씨 지시로 차은택씨(48·구속기소), 정성근 당시 문체부 장관 내정자와 함께 김 전비서실장을 만났다고 했다. 김 전차관은 "차씨가 싸이의 곡 '행오버'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아주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서 소개해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 김 전차관은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의 소개로 최씨와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 교수가 '정윤회씨의 부인이 체육계를 잘 아니 만나보라'며 최씨를 추천해줬다는 것이다. 이후 김 전 차관은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4~5월까지 한 달에 1~2번 정도 최씨를 만났다고 했다.

김 전차관은 처음엔 최씨가 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2~3번 정도 만난 자리에서 자기가 대통령을 좀 안다는 비슷한 투의 얘기를 했다"며 "저에 대해 그 분(최씨)이 너무 잘 알아서 대통령하고 연결돼 있을 거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김 전실장을 비롯해 39명을 추가로 증인신청했다. 여기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포함됐다.


이에 국회는 이들을 모두 부르는 대신 진술서를 받아 제출하고자 했으나 이 변호사는 "재판정에 나와서 증인 신문을 하는 것이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도움이 될 거 같다"며 증인 신청을 고수했다.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일원 재판관은 이에 대해 "증인들을 대거 부르는 것보다 대통령 측에서 답변을 정리해줘야 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결국 일부 증인을 채택하기로 했다.

헌재는 다음달 1일 김규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유민봉 새누리당 의원(전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김 전실장을 신문한다. 이어 다음달 7일에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조성민 전 더블루케이 대표를 증인 신문하기로 했다. 박한철 소장은 "나머지 증인은 일단 보류해놓고 다음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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