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 '대규모 증자 없다"..초대형IB 전략 고심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7.01.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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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에도 모회사 여력 없어 여의치 않아, 경쟁사들은 자본 확충 열올려, 미해에셋대우와 "자본 격차 더 벌어질수도"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NH투자증권 제공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NH투자증권 제공


대형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이 올 2분기 시행 예정인 초대형IB(투자은행) 제도와 관련해 유상증자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규모 자본확충 필요성에도 모회사인 NH농협금융지주의 여력이 없어 증자가 여의치 않아서다. 반면 미래에셋대우 등 경쟁 대형사들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23일 "내부적으로 자본을 키우고 싶지만 여의치 않아 증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익 내부 유보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단계적으로 자본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NH투자증권 자기자본은 4조6000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6조7000억원)에 이어 2위 규모다.



NH투자증권이 증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주주(지분 49%)인 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순이익이 급감해 증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증자를 단행했다가 농협금융지주의 건전성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000억원으로 2분기까지의 적자에서 가까스로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전년동기(6000억원)에 비해 80% 가량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대형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지주가 2조원, KB금융지주가 1조7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실적이다.



NH '대규모 증자 없다"..초대형IB 전략 고심
NH투자증권은 2분기 초대형IB 제도 도입을 앞두고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초대형IB 제도 도입 취지가 자본을 늘려 투자 위험도가 높은 IB 등 기업금융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어서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IB 업무는 수익률이 높은 만큼 투자 위험이 커 그만큼 건전성 악화 부담도 크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이 클수록 대규모 투자와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여기에 초대형IB 제도가 도입되면 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 기업금융과 관련해 종합투자계좌(IMA) 등 새로운 업무가 허용된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대우(옛 KDB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는 지난해 합병을 통해 자본을 6조7000억원으로 늘렸다. NH투자증권과의 격차가 2조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추가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KB증권(4조1000억원), 한국투자증권(4조원)도 경쟁 대형사들도 지난해부터 대규모 증자와 M&A(인수·합병)를 통해 자본규모가 NH를 바짝 뒤쫓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계획대로 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늘리면 당분간 종합투자계좌 등 새로운 업무를 독식하면서 NH투자증권과의 자본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금융업 특성상 자본규모가 큰 만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어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가 리딩증권사의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에 종합투자계좌 등 새로운 업무를 무기로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래에셋대우가 빠른 속도로 이익의 내부 유보를 확대해 자본을 늘리고 이를 재원으로 다시 추가 증자나 증권사 M&A를 추진하는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어 NH등 경쟁사들의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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