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朴대통령이 '정유라 잘 키워야' 당부…충격받아"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2017.01.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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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회 변론…김종 "대통령이 안민석 '나쁜사람' 발언 했느냐" 질문에 "비슷한 발언 있었다" 답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나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기소)이 '정유라씨(21)를 잘 키워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당부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23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8회 변론기일에서 김 전 차관은 2015년 1월9일 박 대통령을 청와대 별관에서 만나 이같은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박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구속)과 함께 박 대통령을 만났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박 대통령이) 정씨 같이 끼, 능력, 재능이 있는 선수들을 위해 영재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박 대통령이 정씨의 이름을) 직접 말씀하셔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이런 선수(정씨)를 기죽이는 안민석 의원은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비슷한 말을 했다"고 대답했다.

당시는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정씨의 승마대회에 나타나 편파판정을 유도하고 이에 따르지 않은 심판진들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의혹이 짙던 시기였다. 이에 안 의원은 2014년 4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씨가 '공주승마'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김 전 차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78·구속)으로부터 '차관이 직접 인터뷰해서 논란을 잠재우라'는 지시를 받고 '박 대통령과 정씨는 관계가 없으며 정씨는 독보적인 자질을 갖고 있다는 게 승마계의 평가'라고 해명했다.



김 전 차관은 차관 임명 전부터 김 전 비서실장에게서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고, 임명 후인 2013년 12월에는 체육계 현안을 직접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듬해 여름에는 최씨 지시로 차은택씨(48·구속기소), 정성근 당시 문체부 장관 내정자와 함께 김 전 비서실장을 만났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차씨가 싸이의 곡 '행오버'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아주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서 소개해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차관은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의 소개로 최씨와 알게됐다고 진술했다. 하 교수가 '정윤회씨의 부인이 체육계를 잘 아니 만나보라'며 최씨를 추천해줬다는 것이다. 이후 김 전 차관은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4~5월까지 1달에 1~2번 정도 최씨를 만났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처음엔 최씨가 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2~3번 정도 만났던 자리에서 자기가 대통령을 좀 안다는 비슷한 투의 얘기를 했다"며 "저에 대해 그 분(최씨)이 너무 잘 알아서 대통령하고 연결돼 있을 거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진성 재판관이 "(최씨가) 결국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해서 만난 것 아닌가"라고 묻자 김 전 차관은 "그렇다"고 했다. 이어 "최씨가 가져온 사업 중 문체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채택된 게 있나"라고 묻자 "저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했기 때문에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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