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후끈 달아오른 대권경쟁, 테마株 허위정보 유포하면 '과징금'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7.01.21 04:45
글자크기

[the L] 편입이유 신빙성 떨어져도 주가는 급등락, 피해자 99.6%가 개인.. "허위사실 유포시 과징금규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 먹여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반 전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 오웅진 신부, 윤숙자 시몬 수녀./사진제공=뉴스1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 먹여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반 전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 오웅진 신부, 윤숙자 시몬 수녀./사진제공=뉴스1


지난 16일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포털의 검색어 순위에 '반기문 턱받이'가 상위 4~5위권에 올랐다.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주자로서의 활동의 일환으로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했는데 그는 요양 중이던 한 노인에게 직접 죽을 떠먹였다. 이 과정에서 그가 착용한 턱받이가 수용자가 사용하는 비품이라는 지적에서부터 누워있는 수용자에게 음식물을 주는 게 위험하다는 등 지적이 일었다.


몸살을 앓은 것은 증시에 상장된 일군의 종목들이었다. 소위 '반기문 테마주'에 이름을 올린 광림, 성문전자, 보령파워텍, 쌍방울 등 일군의 종목들이 3~4%대 낙폭을 기록한 것. 이들 종목은 '문재인 테마주', '이재명 테마주' 등 반 전 총장과 함께 대권가도를 달리는 이들의 이름을 딴 테마주들의 낙폭이 0~2%에 그친 것과 대조됐다.

경마장에서 달리는 말을 보며 돈을 거는 이들처럼 주식시장에서도 대권주자들의 치열한 선두다툼에 환호하며 돈을 내거는 이들이 있다. 테마주에 돈을 내거는 '타짜'들의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고 조기대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벌써부터 증시에서는 이미 테마주 경쟁이 뜨겁다.



포털사이트의 주식카페나 인터넷 주식토론방 등에 들어가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기명 경기 성남시장(지난 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순)의 이름을 내건 테마주들의 명단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해당 종목이 왜 그 사람의 테마주로 꼽혔는지에 대한 나름의 설명은 물론 종목분석 보고서까지 올라온다. 여느 정규 증권사들이 내놓는 섹터·종목보고서처럼 이런저런 그래픽과 함께 올라온다. 문·반·이 테마주는 어떤 설명을 갖다붙이느냐에 따라 적게는 6~7개에서 많게는 수십개에 이르는 종목들로 테마주 군(群)이 형성돼 있다.


◇테마주 편입이유.. "姓이 같아서" "대학·고교 동문이라며" "그동네에 산대"
테마주로 편입된 이유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확 떨어진다. 이를테면 어느 상장사의 대표이사나 이사, 사외이사 혹은 비등기임원 등이 특정 대권후보와 대학교나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내용만 확인되면 그 둘 사이의 실제 친분이 어떠하든 간에 테마주로 꼽히곤 한다.



조광페인트나 국보디자인, 대한제강 등은 대표이사가 문 전 대표와 대학교 또는 고등학교 동문관계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이름을 올리며 문 전 대표의 지지율에 따라 주가도 급등락하고 있다.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꼽히는 경우도 있다. 동신건설의 경우 이재명 시장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꼽힌 케이스다. 이 시장이 근무하는 성남시에 소재한 상장사들도 이재명 테마주로 들썩거리는 케이스다.

대권주자와 성(姓)씨만 같은 이가 눈에 띄어도 실제 집안 계보가 어떻게 되든 테마주로 끼워놓고 보는 경우도 있다. 파인디앤씨, 파인테크닉스, 부산주공 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들이 발행한 주식이나 CB(전환사채) 등에 투자한 회사 중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 있는데 이 운용사 대표(반기로 대표)의 성이 '반 씨'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꼽힌 바 있다. 이들은 반기로 대표 스스로가 반 총장과 친한 친척관계가 아니라고 밝힌 후에도 여전히 반 테마주로 꼽혀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거래소 "피해계좌 99.6%가 개인, 평균손실 191만원"
실제로 테마주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투자가 아니라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을 위해 돈을 지른다. 5년에 한 번 있는 도박장이 열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대권후보에 대한 지지율과 테마주 선정이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K씨는 가용자금의 상당 부분인 약 3000만원을 '반 테마주'인 파인디앤씨에 투자했다가 약 400만원의 손실을 입고 나머지 자금만 겨우 건졌다. K씨는 "주식투자를 할 땐 돈 벌어주는 이가 최고"라며 "문재인이나 이재명 테마주로 옮겨갈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테마주에 대한 투자가 실제로 돈을 벌어주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9~11월기간 주요 정치테마주 16개 종목의 주가흐름을 분석한 결과 평균주가는 최고가 대비 35%나 하락했다.

테마주가 기승할 때는 상대적으로 정보력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개인의 피해가 부각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조사대상 테마주 거래에서 개인의 비중은 97%에 달한 반면 기관·외국인의 비중은 3%에 채 못미쳤다. 테마주 관련 매매 손실이 발생한 이들의 99.6%가 개인이었고 이들의 계좌당 평균손실은 191만원에 달했다. 특히 거래대금이 5000만원 이상인 고액투자자의 손실계좌비율도 93%에 이르렀다.


◇자본시장법 "허위사실 등 풍문유포로 가격왜곡? 과징금 규제대상"
단지 K씨처럼 부화뇌동하는 투자자들만 있다면 그저 일시적인 행운을 믿고 돈을 지르는 소수의 투기행위로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이같은 심리를 부추겨서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과 사정당국 등도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가능성에 대비해 이미 지난해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서울남부지검, 한국거래소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시장안정화 협의 태스크포스(TF)'는 이상급등을 촉발시키거나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계좌 등에 대한 공동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거래소는 실적호전과 같은 호재성 정보 없이 주가가 오르는 테마종목을 대상으로 단기간 시세조종한 것으로 보이는 혐의계좌를 적발, 금융당국에 통보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동 태스크포스는 2014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새로 도입된 제178조의2(시장질서 교란행위의 금지) 조항을 적극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조항은 과거의 법령만으로는 새로운 유형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규율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에 당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바 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조 2항4호는 특히 테마주 관련 부정정보의 유포를 금지하는 조항으로 "풍문을 유포하거나 거짓으로 계책을 꾸미는 등으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수요·공급상황이나 그 가격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거나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가격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적시했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 처분에 처해질 수 있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