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예측 불가시대…올바른 혁신을 위하여

머니투데이 홍정표 산업1부 차장 2017.01.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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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유년이 밝은지도 벌써 열흘, 기업들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는 혁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저성장이 지속되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과거의 낡은 문화와 방식을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세계정세 변화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돼 과거 어느 때보다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각 조직들은 젊은 인사들을 최고 책임자로 선임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움직임들이 분주하다.



420년 전인 1597년 정유년, 우리 민족은 임진왜란(1592년)을 도발한 왜에게 또 다시 침입을 당하며 치욕을 당했다. 당시 선조는 조선 왕조 사상 직계가 아닌 방계에서 처음으로 왕이 된 인물이다. 선조는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종친과 신하들에게 휘둘렸고, 신하들은 국력을 키우는데 기울여야 할 에너지를 정권 다툼에만 쏟아 나라를 위기 속에 몰아넣었다. 조선의 당파싸움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상황의 조선에서도 혁신은 이뤄졌다. 300여척이 넘는 왜구와 맞서 133척을 전멸시킨 명량대첩이 그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전라남도 진도와 육지 사이의 해협)의 지리적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남은 12척의 배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부하들을 다그치는 대신 본인이 싸움에 나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계적인 완구회사인 레고는 1932년 설립 이후 블록 완구로만 수십년 간 전성기를 보냈다. 1980년대부터 세계 각국에서 블록의 기본 특허가 만료되면서 위기가 찾아오고, 2004년에는 폐업 직전까지 갔다. 저가 유사제품 출현과 첨단 디지털 장난감들은 레고를 벼랑으로 밀어붙였다.

2004년 외부에서 영입돼 지난해까지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며 레고를 재기시킨 요르겐 비 크누스토르프는 사업 범위를 블록 개발과 제조에만 한정시켰다. 이후 레고는 2년 전까지 연평균 20%가 넘는 매출성장률, 3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크누스토르프 CEO는 "강력한 핵심사업을 보유한 기업들은 5년마다 인접분야로 진입하고, 이것을 혁신으로 착각한다"고 했다. 생사기로에 놓였던 레고의 회생은 조직 전체가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기본에서부터 핵심경쟁력을 회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평온할 것 같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영국에 이어 프랑스의 EU(유럽연합) 탈퇴가 유력시되면서 독일 주도의 EU 내 알력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앞두고 많은 세계적 석학들이 내놓은 전망들 중에서 확실한 것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 하나다.

국방은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 같은 세계정세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혁신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데서 시작된다. 불리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성공시키려는 의지가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우보세]예측 불가시대…올바른 혁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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