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새내기 벤처 투자 늘렸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7.01.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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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신규투자의 37% 창업 3년내 기업 투자 3년전 대비 10%p 확대…스타트업 투자 육성책 효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문 투자기관인 마이크로VC(벤처캐피탈) 케이런벤처스는 지난해 3월 170억원 규모로 조성했던 펀드의 절반 이상을 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했다. VC가 통상 펀드 결성 후 2~3년 차에 재원의 절반 가량을 소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투자다.

지난해 하반기 케이큐브벤처스는 알토스벤처스 등과 스타트업인 와탭랩스에 35억원을 투자했고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케이큐브벤처스는 광고 추천 플랫폼업체인 데이블에 11억원 규모의 후속투자를 단행했다. 데이블은 중소기업청의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에 선정된 후 추가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1년 만에 22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최근 벤처캐피탈이 창업 초기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할 벤처캐피탈이 매출을 올리기 시작하는 중·후기 기업만 선호한다는 지적과 달리 스타트업까지 저변을 넓히며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10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이 신규 투자한 금액(지난해 1월~11월 누적 기준)은 1조8526억원으로 이중 초기기업인 창업 3년 미만 업체에 전체의 36.7%에 해당하는 6788억원을 투자했다. 중기(3년 초과 7년 이하)와 후기(7년 초과)기업의 투자비중은 각각 27.8%, 35.5%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기기업 투자비중은 2012년(30.0%) 2013년(26.7%) 2014년(30.8%) 2015년(31.1%)과 비교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3년 전인 2013년에 비해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특히 2013년 벤처캐피탈의 후기기업 투자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9.8%였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변화다.

이 같은 결과는 청년창업펀드나 마이크로VC 도입 등 새내기 벤처기업 투자를 유도하려는 정부 정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창업펀드는 업력 3년 이내 기업 중 대표이사가 39세 이하이거나 29세 이하 임직원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에 조성액의 60% 이상을 투자한다. 현재 약 50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이며 1~2년 전부터 집중 조성된 후 지난해부터 본격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마이크로VC는 3년 이내 벤처기업 등에 펀드의 60% 이상 투자하는 스타트업 전문 투자기관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청년창업펀드가 결성 이후 시차를 두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마이크로VC의 경우 상당히 빠른 속도로 펀드 재원을 소진하며 초기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팁스를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등 스타트업의 질이 높아져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창업 초기에 투자하면 IPO(기업공개)를 통한 투자금 회수 기간이 오래 걸리는 부담이 있지만 초기에 지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초기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쌓이면서 펀드 출자자의 인식도 달라져 좀 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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