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 50% 넘어 '4년 만에 최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1.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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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월 환수율 51.6% 전년비 11%p 상승… 구권 회수 증가, 김영란법 등 영향 추정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 50% 넘어 '4년 만에 최고'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이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2009년 시중에 풀린 구권 회수가 늘어난 데다 5만원권 환수율을 높이기 위한 한국은행 발권정책도 일부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5만원권은 20조7540억원이 발행됐고, 10조7076억원이 환수됐다. 환수율은 51.6%로 전년(40.1%)보다 11.5%포인트 상승했다. 남은 12월 발행·환수액을 고려하면 연간 환수율이 적어도 50% 이상 될 전망이다.



지난해 1~11월 5만원권 발행액은 역대 최대치인 2015년(20조5703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연간 발행액 21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9년 5월부터 발행된 5만원권은 당해 환수율이 7.3%에 그쳤다. 이어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로 환수율이 점차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 지하경제양성화 대책이 발표된 2013년 48.6%로 대폭 하락했고 이듬해인 2014년 25.8%로 더 떨어졌다. 5만원권이 지하경제에서 '검은 돈'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5년 40.1%로 반등한 데 이어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50% 이상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한은은 우선 2009~2010년 발행된 5만원권 구권 회수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본다. 종이 화폐는 발행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유통 과정에서 많이 훼손되기 때문에 신권 교환 수요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9월말부터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과거 국정감사 답변자료에서 "김영란법 제정시 5만원권 지하경제 유입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은이 2015년부터 화폐지급 운용기준을 바꿔 5만원권 환수율이 높은 은행에 1만원권 신권을 더 배분한 정책도 일부 효과를 나타냈다는 분석도 있다.

5만원권 발행 이후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화폐발행잔액은 급증세다. 2008년말 30조8000억원이었던 화폐발행잔액은 올해 11월 기준 95조94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5만원권이 화폐발행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말 28%에서 78%로 50%포인트 상승했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본원통화에서 금융기관들의 지급준비금을 뺀 것으로 가계, 기업 등 민간에 풀린 현금 총량을 의미한다. 그만큼 5만원권 유통이 보편화됐다는 얘기다.

5만원권 환수율이 지금처럼 다시 오름세를 나타낼 경우 고액권으로서 순기능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환수율이 다시 떨어지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긴다면 또 다른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은 향후 5만원권 환수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5만원권 환수율이 한 때 크게 낮았지만 과거 1만원권이 고액권으로 처음 발행됐을 때도 이와 비슷한 추세였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환수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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