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엑소더스’, 그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머니투데이 강석승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2017.01.05 09:34
글자크기
강석승 사단법인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 원장,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강석승 사단법인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 원장,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세계 유일의 ‘냉전지역’이라 일컬어 질 만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155마일의 휴전선이 쳐져있는 한반도의 실상은, 우리에게 언제나 “일말의 불안과 공포감”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으로부터 꼭 66년여 전인 1950년 6월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인해 전국토가 초토화(焦土化)되고, 수백만명의 무고한 인명이 살상되었던 민족상잔의 대비극이 일어난 곳이기에, 다른 어떤 해보다 올해는 “광복 71년, 분단 71년”이라는 수식어 이외에도 “6.25전쟁 발발 66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파고(波高)가 예상 외로 높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올해 중 언론상에서 크게 회자(膾炙)되었던 “북한내 고위급 인사들의 망명”이라는 소재는 ‘김정은정권의 한 단면(斷面)’을 바라보는 것 같아 단순한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 “가깝게 다가올 지도 모를 김정은정권의 종말”과 관련하여 내외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는 듯 국내외의 주요 언론들은 자칭 ‘북한문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초치(招致)하여 ‘특집방송’을 통해 마치도 김정은정권의 여명(餘命)이 얼마 남지 않은 듯 진단을 하면서 북한체제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이제 겨우 30살을 넘긴 ‘철부지 애송이’인 김정은의 안하무인적이고 “피비린내를 풍기는 폭압정치”가 이들 소수의 망명자들로 인해 종식을 고하고 자멸의 길로 빠져 들어갈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소망사항이자 분홍빛 기대일 뿐,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내에 다가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자칫 잘못하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을 새삼 환기시키고 싶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북한에서 정권교체(?)의 움직임, 아니 보다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김일성이 사망하고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심중하여 ‘공개활동 석상에 나오지 못할 경우“ 등과 관련하여 북한내 급변사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지 않은 부산한 행태(?)를 보였음을 반추(反芻)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 때는 유수의 일간지가 “정무원 총리 사위”의 망명이라는 헤드라인을 달면서 북한체제의 종식을 예고했던 적이 있었으며, 김일성의 사망, 그리고 그 이후에도 김정일의 ‘룡천폭발사고’, 김정일의 사망 등과 관련하여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면서 마치도 “큰 일이 일어날 것”을 점치고 예견하는 가운데 ‘호들갑’(?)을 떨기도 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가 좀처럼 동요하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현재까지 온존(溫存)해 오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 대표적 예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체제를 수도 상공에 떠있는 고장난 비행기, 이솝우화에 나오는 남루한 나그네” 등으로 비유하면서 “이 비행기를 연착륙시키고, 햇볕을 비추어 스스로 옷을 벗게 하여 평화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었는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고장난 비행기는 급유(給油) 한 번 받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서울상공에 떠있고, 나그네는 남루한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옷을 벗지 않고” 나름대로 ‘수령통치, 선군정치‘를 펴면서 이곳저곳을 자기 마음대로 활보하면서 반제반미의 선동자로 위세를 떨치고 있지 아니한가?


또한 우리가 그토록 절절하게 바라는 ‘통일의 그 날’은 새벽의 도둑처럼 찾아온다거나, 출산(出産)을 앞둔 임산부가 진통을 하는 것 같은, 그런 시점에 있기 때문에 곧 다가올 통일에 대비하여 ‘통일성금’을 모으자고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도 나가 ‘통일항아리’에 성금을 집어넣을 것을 요청하였던 통일부장관이 있지 않았던가?

이후에는 “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 드레스덴선언” 등을 통해 통일의 닫위성을 역설하는 가운데 ‘통일준비위원회’를 반관반민(半官半民) 기구로 구성하여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운영하지 않았던가?

이런 선례를 고려할 때,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보다 냉정하게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현실을 직시하면서 마치 ‘엑소더스’의 행렬처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당-정-군 고위간부들의 탈북원인과 그 파장을 주도면밀하게 분석,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관계당국은 이들 인사들의 잇따른 망명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고, 신빙성이 떨어지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매우 신중한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들 망명인사들의 ‘정치적 망명’이 개인적 일탈행위로 인한 것이 아닌지, 아니면 횡령이나 불륜 등 범죄행위를 ‘김정은의 폭압적 공포정치’로 포장한 것이 아닌지 좀 더 차분하게 조사하고 분석하며 평가하는 가운데 정치(精緻)하고도 적의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금은 무려 3만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새롭게 정착하면서 “통일의 예비인, 동력”으로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새롭게 우리 사회에 망명한 이들과의 균형적인 대우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언론에 의해 알려져 있는 주요 인물들로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김씨일가의 비자금을 직접 관리했던 ‘당 39호실’의 부부장급 간부를 비롯한 고위 간부 약간명, 영국주재 공사 태영호,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김정은의 비자금을 담당했던 조선대성은행 간부, 국가안전보위부 및 당 조직지도부 간부, 군수경제 전반을 관장하는 제2경제위원회 간부, 15GB 분량의 생체실험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디스크(USB)를 가지고 핀랜드로 망명한 자강도 강계미생물연구소 과학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큰 지진이 날 때는 그 기미를 알아차린 쥐들이 먼저 움직임을 보인다”는 말처럼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로, 그리고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절대권력의 세습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이상조짐은 어떻게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집권 4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김정은정권을 심층적으로 분석, 평가해 본다면 그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것이기에 결코 소홀하게 취급할 수 없는 ‘중대사안’이라 보여진다.

일찍이 김일성은 자신의 1인 지배체제 확립의 첫 번 째 ‘희생양’으로 ‘남로당 총책’이었던 박헌영을 삼은 이후 ‘50년대 중반에는 이른바 ‘8월종파사건’ 으로 김두봉, 최창익, 박창옥 등 연안파 및 소련파 정적(政敵)을, 그리고 ‘60년대 후반에는 박금철, 이효순 등 갑산파 당료들을 ’반당, 종파분자‘라는 누명을 씌워 숙청했으며, 이외에도 민족보위상 김창봉과 인민군 총정치국장 허봉학 등을 ’유일사상체계 문란‘ 등의 이유로 숙청하였다.

김정일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자신의 무능으로 인해 파생된 만성적인 경제난의 책임을 당시 농업담당 비서였던 서관히에
게 “남조선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씌워 숙청했으며, 이후에도 ‘심화조사건’을 일으켜 2만여명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자행했다.

김정은 역시 권좌를 이어받자 마자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를 숙청하는 것을 시발로 하여 친고모부인 장성택,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인민무력부장 현영철까지 숙청함으로써 북한전역에 ‘공포정치’의 엄습과 이에 따른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령(將領)들의 목숨은 파리와 같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유포될 정도로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김정은의 통치방식에 회의를 품은 간부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언제, 어디서, 어떤 명목”으로 숙청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당-정-군의 고위간부들 사이에 팽배해 있고, 그런 분위기속에서 당-정-군 고위인사들의 망명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정은정권이 개과천선(改過遷善)의 입장에서 고위간부들을 위무(慰撫)하고 과감한 정책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오랜 기간 막혀있던 보(湺)가 작은 균열로 인해 서서히 무너져 내리듯이 ‘엑소더스’와 같은 이변(異變)이 현실화될 개연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촉루락시(燭漏落時) 민루락(民漏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로 읖조리던 이몽룡의 구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는 것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조선’이라는 국호를 거의 그대로 되뇌이는 현재의 김정은정권의 한 편린(片鱗)을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런 북한의 현실을 보면서 한때 ‘주체사상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던 당 국제담당 황장엽비서의 망명과 그 이전 김정일의 부인이었던 성혜림의 조카(이한영)가 망명한 선례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와는 상반된 “망명의 한 단면”인 1967년 4월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었던 이중간첩 ‘리수근’과 1984년 ‘무함마드 깐슈’(한국명 ‘정수일’) 등을 예거할 수 있다.

전자가 적어도 북한사회에서는 “내로라 하는 로열 패밀리”에 속했다면, 후자는 우리 사회의 분열을 획책하고 관련정보를 빼내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침습한 자들이다.

이번에 망명한 사람들 거의 대부분은 김씨일가의 절대권력 세습과정에서 결코 안심(安心)할 수 없다는 공포와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탈북과 정치적 망명이라는 ”죽기 살기의 용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이들과 유사한 입장과 처지에 있는 최고위 인사의 탈북을 예견하는 것도 그리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그들 중에 섞여 들어올 수 있는 앞의 ‘이수근’ 류(類)와 같은 위장간첩들이다.

우리가 이런 망명의 진성(眞性)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라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이들의 전언(傳言)이 자못 의미심중한 의미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장성택의 처형과정에서 나타난 김정은의 안하무인격인 행태, 하루 세끼 일용할 양식도 구하지 못해 기아선상에서 헤메고 있는 민심(民心)은 애써 외면한 채 평양창전거리,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건설 등 자신의 치적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무능력, 무책임한 김정은의 선군정치놀음, ‘견장정치’로 대변되는 군부인사 길들이기, 이중삼중의 감시통제장치하에서 “하루하루 숨쉬기조차 조심스러워하는 공포분위기” 등이 북한사회를 엄습하는 한 그 후과를 떨쳐버리고 단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주민이 몇이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북한사회의 진면목을 나타내는 징후라면, 그 미래 역시 “결코 낙관적인 신심(信心)만을 가지고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예상가능한 상황을 대비하여 지금부터라도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 죽기살기로 덤벼든다”는 말처럼 김정은에 의한, 김정은을 위한, 김정은의 “제4차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시대착오적인 막가파식의 도발을 “퇴락(頹落)하고 있는 민심을 추스르려는 배출판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다른 어떤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과연 김정은은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認知)하고 있는 것인지, 또 그의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최측근 친위대원들은 이런 망명사태에 대해 김정은에게 어떤 이유와 변명을 대면서 나름대로의 보신책을 강구하고 있을지 그 속내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철저하게 대비하라”는 잠언(箴言)이 새삼 피부에 절실하게 와닿는 느낌이다.

이 기사는 더리더(theLeader)에 표출된 기사로 the Leader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리더(theLeader) 웹페이지 바로가기
우리시대 리더를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보세요~!
TOP